최재섭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 교수

요즘 정부는 ‘저물가’를 걱정한다. 모든 게 다운되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그런데 일부 서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장바구니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은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하는 걸까. 최재섭 남서울대(국제유통학) 교수는 “저소득층을 위한 통계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 최재섭 교수는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통계시스템도 발 빠르게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사진=지정훈 기자]

✚ 정부와 서민 간 소비자물가 괴리가 크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도 저물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특정 소득분위, 인구 특성에 따라 괴리를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조지표가 필요하다. 통계도 결국 인프라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통계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체감물가 상승을 인식하는 저소득층이나 소형가구 등 경제적 약자를 위한 통계정책이 필요하다.”

✚ 경제적 약자를 배려한 정책이란 뭔가.
“저소득층은 엥겔지수가 특히 높다. 그런데 식료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당연히 체감물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저물가 장기화’를 우려해도 서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생활물가는 정책적으로 충분히 잡을 수 있다. 저소득층 물가는 정부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 정부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긴가.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경제정책이 없다. 도대체 물가를 잡겠다는 건지, 성장을 하겠다는 건지도 명확하지 않다. 정확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상황이 왜 그렇게 됐는지 살펴보고, 그걸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금 나라가 뒤죽박죽이라 진단이 제대로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우리 국민의 수준이나 경제 상황에 맞게 손봐야 한다.”

✚ 그걸 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없다.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사람들을 보면 그 나라의 경제 흐름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다. 우리 경제가 절대적으로 의존했던 게 수출인데 그것마저 어려워졌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다. 이제 ‘부동산’ 같은 환상적인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 정부만 잘하면 되는 건가.
“유통업계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개별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크다. 갑질논란도 거기서 비롯되는 거다. 소비자가 기업의 유통채널에 가지 않아도 되는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

✚ 예를 들자면?
“인천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비싼 통행료를 내고 영종대교나 인천대교를 이용하는 것뿐이다. 시간이 두배 더 걸리더라도 비싼 통행료를 내지 않고 건널 수 있는 대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가 선택이라는 걸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정부의 공공성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 결국 다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건데.
“젊을 때 경제학자의 시선은 생산성과 효과에 집중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정의로운가를 생각하게 된다. 시장에 참여하는 전체 구성원이 함께 노력해서 얻어지는 편익을 나누는 것이 가장 정의로운 시장이다. 참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말이다. 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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