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 「지금 다시, 헌법」

국가 권력의 주체는 대통령이 아닌 국민이다

비선실세가 대통령을 앞세워 국정을 농단하고 대한민국의 국체國體를 훼손했다. 100만명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섰다. 국민들은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고 있는 거다.

국민들은 대선 투표를 통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했다. 그리고 이제, 그 권력을 다시 찾으려 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제1호 국민주권주의), 국민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제 67조 대통령 선거제도)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당사자만 잊고 있는 것 같아 다시금 인식시켜주기 위해서다. 애초에 권력의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얘기다.

헌법은 한 국가의 상징이자 실체다. 그 주체이자 구성원인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그것의 실현을 담당하는 권력기관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헌법이다. 헌법이 적혀 있는 그대로만 잘 돌아가면 국민주권ㆍ권력분립법치주의는 보장된다. 민주공화국의 일원으로 저마다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대한민국은 어땠나. 우리가 추구하는 헌법의 정신과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권력을 위임받은 누군가는 그 권력을 사유화했다. 헌법을 자기 입맛대로 뜯어고친 독재자도 있었다. 대통령은 헌법에 기초해 국민의 안위를 지키려 하기보다 그 위에서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다. 감시와 비판을 해야 하는 정치권력은 또 어떤가. 그들은 스스로 더 깊숙이 부패의 늪에 빠져들었다. 이런 처참하고 암울한 시대에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건 국민 스스로밖에 없다. 스스로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수호하고 국가 권력의 주권자로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지금 헌법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 다시, 헌법」은 시민을 위한 헌법 해설서다. 누구나 법제처 홈페이지에 가면 130개의 조문으로 이뤄진 헌법을 다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헌법의 행간에 담긴 사회 정의와 가치를 알려준다. 참여연대 창립멤버이자 인권변호사로 활동해온 차병직 변호사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윤재왕 교수, 비영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가 그 길잡이를 자처한다. 저자들은 쉬운 말과 간결한 문체, 그리고 이해를 돕는 다양한 예를 들어 헌법 조항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한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제8조 4항), 미디어법 파동(제21조 3항), 세월호 사건(제34조 6항) 등 우리 사회에 벌어진 중요한 사건들이 그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왜 헌법을 읽고,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가.” 그 질문에 언론인 손석희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를 지배하는 정치가 ‘헌법은 꼭 읽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다”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에 맞서기 위해서는 헌법을 읽어야 한다는 거다.

헌법이 다 완벽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완벽한 문서나 제도가 없듯 헌법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현행 헌법은 꽤 오랜 기간 고인 물처럼 그 자리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대의 조건도 변화해야 하지만 우리의 헌법은 1948년 제정된 후 1987년 9번째로 개정한 것을 끝으로 여전히 그대로다. 개정안이 설령 민주화운동으로 어렵게 얻은 결과물일지라도 30여년이 지난 세월을 품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받는 이유다. 다시 헌법을 읽어야 하지만 개헌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뤄져야 것도 지금 우리에게 던져진 숙제다.

거대하게 몰아치는 찬바람에 온몸과 마음이 얼어버린 지금. 헌법과 권력의 주체는 대통령이 아니라 나, 바로 국민이라는 것을 이 책은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세가지 스토리

「천재의 생각법」
류종렬 지음 | 미다스북스 펴냄


최고의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최고의 펀드 매니저 ‘조지 소로스’,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 그들의 공통점은 ‘유대인’이다. 이 책은 세상을 이끌고 있는 그들의 특징을 유대인 특유의 생각법으로 풀었다.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방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했는지를 통해 천재와 둔재의 차이는 지능지수가 아니라 열정과 호기심의 차이라고 말한다.

「사회학적 파상력」
김홍중 지음 | 문학동네 펴냄


21세기 들어 한국사회는 각종 재난과 사건에 휩싸였다.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화됐고, 민주주의는 뒷걸음질 쳤다. 근본적인 것이 해체되고 꿈꿔온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파상破像의 시대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지난 100여 년간 격렬하게 품었던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 등의 꿈이 어떻게 붕괴하고, 역설적으로 새로운 희망이 어떻게 움트는지 섬세하게 짚어본다.

「퇴사학교」
장수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용감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뭘해도 이것보단 낫겠다’ 싶어 회사를 뛰쳐나왔지만 울타리 밖 현실은 생각보다 더 처절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시대에 저자는 체념하기 전에 작더라도 변화를 꿈꿔보라고 말한다. 이 책은 퇴사를 독려하려는 게 아니다. 무기력해지기 쉬운 직장인들에게 일과 삶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안내서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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