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출산 앞둔 가계의 재무설계

임신과 출산은 가계 재무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다. 하지만 이를 먼저 예측하고 변화된 가계 환경에 대비하는 노력은 부족하다. 임신으로 가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임신과 출산을 앞두고 가계 경제 변화가 걱정인 홍정숙(가명ㆍ33)씨의 사례를 살펴봤다.

▲ 임신과 출산은 가계 경제에 큰 변화를 주는 이벤트다. 재무적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기혼여성들은 아이 낳기를 주저하고 미혼여성들은 아예 결혼을 꺼리는 실정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큰 축복이지만 가계경제에는 ‘빨간불’이 켜지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에도 재무적 계획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홍정숙(가명ㆍ33)씨의 사례도 이와 비슷하다. 홍씨는 결혼을 앞두고 다니던 웹디자인 회사를 관두고 학습지 교사로 직업을 바꿨다.

경력단절 위험이 적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문제는 직업을 바꾸면서 280만원이던 월 소득이 절반(140만원)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육아 휴직을 하게 되는 내년 2월부터는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남편의 월급인 325만원(실 수령액 기준)으로 생활해야 한다. 홍씨는 남편의 월급으로 자신이 복직하기 전까지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고민돼 재무설계를 받기로 했다.

우선 홍씨가 육아 휴직을 하면 가계 재정이 어떻게 될지 살펴보자. 소비성 지출로는 통신비 15만원(단말기 할부금 포함)을 사용하고 있다. 한달 교통비로는 30만원이 지출된다. 이밖에도 관리비ㆍ세금(13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남편 용돈 20만원, 문화생활비 17만원, 생활비 45만원, 비정기지출 32만원 등을 사용하고 있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주택담보대출금 9000만원(연이율 3.20%ㆍ10년 원리금상환ㆍ월 상환액 95만원), 남편과 홍씨의 각종 보험료 58만원, 1년 만기적금 10만원 등 163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홍씨 가계가 한달에 총 사용하는 금액은 355만원이다. 지금은 홍씨의 월급(140만원)이 있어 110만원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홍씨가 육아휴직을 하면 바로 30만원 적자로 돌아선다는 것이다.

여기에 태아보험, 산부인과 진료비 등을 더하면 가계의 적자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홍씨로선 일을 관두기 전까지 지출구조를 조정해 적자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출산 준비과정에 필요한 자금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먼저 고정지출 부문을 살펴보자. 홍씨 가계에서 가장 많은 지출을 차지하는 부문은 주택담보대출(95만원)과 각종 보험료(58만원)이다.

우선 주택담보대출의 문제점은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빠른 상환에만 급급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씨의 주택담보대출은 대출액(9000만원)에 비해 상환금액이 95만원으로 매우 많다. 이는 상환기간을 10년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세금혜택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기간이 15년 이상이면 연말정산에서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상환 기간을 조정해 월 상환액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기간 조정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전환대출을 이용해 상환기간을 20~30년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상환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하면 상환액이 95만원에서 56만원으로 낮아져 39만원의 여유가 생긴다. 다음으로 보험료 부문이다. 보험은 대부분 필요한 상품이었다. 하지만 보험의 대부분이 갱신형으로 돼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갱신형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료가 상승해 가계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홍씨는 현재의 갱신형 보험을 비갱신형으로 리모델링하고 태아보험을 추가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보험료는 현재의 58만원에서 63만원으로 5만원 상승하게 됐다. 이에따라 기존의 보험을 해지하면서 발생한 해지 환급금 480만원을 이용, 월평균 32만원을 사용하는 비정기 지출을 해결할 계획이다.

주택담보대출 공제혜택 노려야


다음으로 소비성 지출 부문이다. 홍씨의 가계에서 눈에 띄는 지출항목은 부모님 용돈 20만원과, 문화생활비 17만원 등이다. 금액은 비교적 크지 않지만 외벌이로 전환하는 홍씨에겐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래서 친정과 시댁에 각 10만원씩 드렸던 용돈은 홍씨가 복직을 하기 전까지만 잠시 중단하기로 했다. 문화 생활비도 당분간 7만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대신 육아 준비로 인해 생활비가 늘어날 수 있어 생활비는 50만원으로 조금 늘렸다. 이 과정을 통해 홍씨의 가계(육아휴직 이후)는 30만원 적자에서 68만원(주택담보태출 39만원, 보험료 -5만원, 비정기지출 32만원, 문화생활비 10만원, 생활비 -5만원, 부모님 용돈 20만원) 흑자 가정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이제 잉여자금의 활용방법이다. 생활의 변동이 심한 시기에는 비교적 관리가 쉽고 안정적인 재무 계획을 짜는 게 유리하다. 이에 따라 홍씨는 잉여자금 68만원 중 30만원을 비상금 통장(CMA)에 예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육아에 필요한 자금을 안전하게 마련할 계획이다. 그리고 20만원은 중기적금(3년만기ㆍ저축은행) 적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육아에 필요한 비용과 별도로 사용될 수 있는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재무설계에서 부족한 투자비용은 적립식 펀드(10만원) 가입을 통해 보완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재무설계에서도 시중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홍씨는 재무설계를 통해 육아와 출산 과정에서 겪게 될 가계의 경제적인 변화를 미리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재무설계는 다가올 미래와 변화될 경제 상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재무설계가 소득이 많은 자산가와 노후를 준비하는 은퇴자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천세이 한국경제교육원 책임연구원 Sayi_8901@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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