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미씽: 사라진 여자

▲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 포토]
‘아저씨’ ‘추격자’ ‘끝까지 간다’ 등 범죄ㆍ미스터리ㆍ스릴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충무로 최강 제작진들이 뭉쳤다. 여기에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인정받은 이언희 감독과 충무로 대세 배우인 엄지원ㆍ공효진까지 합세,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로 2016년말 최고의 웰메이드 감성 미스터리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혼 후 육아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 지선(엄지원)은 딸을 돌봐줄 보모 한매(공효진)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헌신적으로 딸을 돌아주는 한매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니 지선의 딸과 한매가 감쪽같이 사라진 거다. 경찰과 가족에게 사실을 알렸지만 양육권 소송을 위한 자작극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만 받게 될 뿐 아무도 지선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한매의 흔적을 추적하던 지선은 그의 이름, 나이, 출신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야기는 워킹맘이었던 작가의 두려움에서 시작됐다. “만약 내 아이가 사라진다면? 그것도 보모와 함께?” 나와는 상관없다고 여겼던 일이 어느 순간 내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해준다.

감독과 제작진은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충실히 따라가는 것에 중점을 뒀다. 촬영ㆍ조명ㆍ미술팀은 ‘지선’과 ‘한매’라는 두 캐릭터가 서로 밀고 당기며 영화를 끌고 가는데 힘을 모았다. 무엇보다 그들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영화는 극명하게 다른 두 여자, 지선과 한매를 통해 우리의 단면을 보여준다. 캐릭터 설정에 심혈을 기울인 이유다. 캐릭터의 특성은 사이즈가 다른 렌즈, 의상과 분장으로 더욱 부각시켰다.

바로 옆 숨은 진실조차 알아채지 못하는 지선의 모습은 화각이 좁은 망원렌즈로, 미스터리하고 서늘한 한매는 심도가 깊은 광각 렌즈에 담아 표현했다. 촬영팀은 또 영화 속 이야기가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핸드 헬드 기법’을 활용, ‘날것’ 같은 지선과 한매의 감정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의상과 분장 역시 캐릭터에 힘을 보탰다. 지선은 영화 초반 밝은 컬러의 염색 머리와 원피스 패션으로 커리어우먼임을 보여준다. 그러다 극이 진행될수록 외모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변한다. 한매는 그 역할을 맡은 공효진이 패셔니스타라는 것을 인식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영화 내내 수수하고 촌스러운 옷차림으로 등장한다.

이렇듯 너무도 다른 지선과 한매지만, 결국 동일한 고통을 겪게 된다. “처음에는 정말 다르게 보였던 두 여자가 결국에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은 “외모, 환경 등 모든 면에서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다면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를 소개한다. 나와 상관없는 얘기 같지만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 그래서 보는 내내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영화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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