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내우외환

삼성전자의 실적이 발표되는 날이면 국내 증시는 바짝 긴장을 한다. 이 기업의 성적에 따라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관계사와 하청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하면 눈에 보이는 수치 이상으로 크다. 그런데 이 기업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 우리나라 경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생산 차질을 고려했다. 삼성전자가 적극 대응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 되길 바란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8%로 낮춰 발표하면서 덧붙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크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돈은 200조6535억원.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이 1558조원이다. 단순 비교하면 12.8%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 593조원 중 삼성전자의 비중은 20.4%다. 11월 10일 기준 유가증권 시장 전체 시가총액(1284조7247억원)의 20.1%를 삼성전자(258조5246억원)가 책임지고 있다. 이쯤되면 ‘삼성 공화국’이란 단어를 정치적 수사나 과장된 말로 폄하하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자칫 삼성전자가 무너지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거다. 10월 11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공식 발표하자 코스피가 전날보다 1.21% 하락한 게 대표적인 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약 19조원이 하루 만에 우리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우리 경제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이렇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당장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에 얽혔다. 삼성전자는 최순실 모녀가 독일에 세운 스포츠컨설팅회사인 코레스포츠(현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송금했다. 이 자금이 실제로는 정씨의 말 구입비와 경기장 비용 등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현 정부 실세로 거론되는 최씨의 딸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적에도 빨간불을 켰다. 올해 3분기 매출 47조8200억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실적보다 7.5 %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9.7% 줄어든 수치다. ‘갤럭시노트7’의 발화 이슈를 손실로 처리한 영향이 컸다. 그렇다고 4분기 실적이 긍정적인 건 아니다. 아직도 발화 원인을 찾지 못한 갤럭시노트7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공산이 크다. 해외 투자자들이 근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삼성전자의 불안한 지배구조도 문제다.

더군다나 삼성전자가 속한 정보통신(ICT) 산업은 유난히 혁신이 빠르다. 판을 뒤집는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라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노키아 의존도가 높았던 핀란드가 노키아의 몰락으로 경제 전체에 타격을 입었던 걸 잊어서는 안된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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