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동차 산업

한국 자동차 산업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생산량은 정체됐고 수출은 감소세다. 완성차 기업뿐만 아니라 부품 업계 영업이익률까지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이를 극복할 방법은 있다. 친환경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반전을 꾀해야 한다. 문제는 이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2015년 생산량 기준 글로벌 5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자랑스러운 성적이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수준인 만큼 이 산업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우리나라 제조업 가운데 자동차가 차지하는 생산액과 부가가치액 비중은 각각 12.7%, 12.0%에 달한다. 이 산업에 생계가 매달린 사람도 어마어마하다. 2014년 기준 자동차 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176만6000명이다. 우리나라 총 고용인원(2559만9000명)의 6.9%다. 덕분에 정부가 이 산업에서 걷는 세금의 비중이 전체 세수의 14.7%나 된다.

하지만 최근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1~7월 누적 생산량에서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졌다. 정부는 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종료와 파업, 태풍 등 ‘단기 변수’를 꼽았다. 하지만 수출 추이를 보면 얘기가 다르다. 우리나라 완성차 수출은 2012년 317만대로 정점을 찍은 이후 3년 넘게 하락세다. 업계 맏형 현대차의 영업이익률 역시 2012년 9.99%를 찍은 뒤 내리막을 걷다 지난해 6.01%로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장기 불황의 늪’에 빠졌다고 분석한다. 문제는 이를 타개할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이미 주도권을 뺏겼다. 내수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올 1~9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279대. 지난해 같은 기간(2311대)보다 1.4%나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이 16.0%, 일본은 18.0%, 중국은 75.0%가 증가하는 가운데 거둔 초라한 성적이다.

커넥티드카 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기가 어렵다. 이 시장의 주도권은 엉뚱하게 정보통신(ICT) 업체 쥐고 있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X프로젝트를 가동해 지난해 280만㎞의 시험 주행을 완료했다. 2019년에는 자율주행차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점도 우리 자동차 산업에는 악재다. 자동차 산업이 트럼프발發 보호무역주의의 첫번째 타깃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당장 한ㆍ미 FTA를 ‘일자리를 죽이는 협정’이라고 표현한 트럼프 정부가 재협상을 추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자동차 관세가 부활해 큰 타격을 입는다. 김필수 대림대(자동차학) 교수는 “생태계 붕괴에 따른 전반적인 차 산업의 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며 “당장 연구개발(R&D) 여력이 떨어지거나 해외 진출을 못한 협력업체들은 수익성 악화로 생존 위기에 몰렸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