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성과연봉제

▲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성과연봉제를 추진하던 정부도 동력을 잃었다.[사진=뉴시스]
성과연봉제가 올해 노동계를 크게 뒤흔들었다. 정부는 “공공기관ㆍ금융권의 체질 개선”이라고 말했지만 노조는 “저성과자 퇴출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로 정부가 힘을 잃고 성과연봉제 논란은 잠잠해졌다. 하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파업과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해결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다.

지난 9월 23일.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약 7만5000명(정부 추산 2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는 금융노조가 총파업 쟁의행위를 벌인 날이다. 그로부터 약 2달이 흐른 지금 성과연봉제 반대를 외치던 금융노조의 목소리는 크게 잦아든 듯 보인다.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였거나 금융당국이 포기했기 때문이 아니다. 지난 10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성과연봉제 밀어붙이던 금융당국이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올해 노동계의 가장 큰 이슈는 성과연봉제였다. 지난 1월 28일 기획재정부가 간부직에만 적용하던 성과연봉제를 비간부직에도 확대 적용하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방안’을 내놓으면서다.

올해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던 계획은 지난 6월 120개 공공기관(공기업 30개준정부기관 90개)에 도입을 마무리 지으며 예상보다 빠르게 안착했다. 금융위원회는 공공금융기관에 이어 시중은행에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금융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14개 시중은행도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하며 금융위의 의지에 발을 맞췄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회원사 34개 중 현재 2개사만 남았다”면서 “금융노조와의 산별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은행별로 개별협상을 서두르기 위해 탈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빠르게 추진되는 듯 했던 성과연봉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힘을 잃고 현재 답보상태에 빠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성과연봉제 얘기가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 짓고 2017년 시행을 앞두고 있던 공공기관에서도 마찰음이 들려오고 있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공공기관 120개 중에 총 52개 기관이 성과연봉제 시행에 관한 본안 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노동자와의 협의 없이 도입을 강행했다는 게 이유다.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정부에선 사회적으로 합의가 된 사안이라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말한다”면서 “하지만 임금에 관한 사안을 노동자 동의 없이 바꾸는 것은 엄연히 근로기준법 위반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도 소송으로 넘어가면 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노조를 압박해 동의서를 받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말 많고 탈 많던 성과연봉제 논란이 잠잠해졌다. 하지만 잠시 유보된 것일 뿐 아직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다. 성과연봉제를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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