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만 김가네 회장

▲ 김용만 회장은 초심을 잃지 않고 맛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창업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공정위에 등록된 브랜드 수는 4884개다. 매년 300~500개 브랜드가 새로 생겨난다. 문제는 브랜드 평균수명이 4~5년으로 짧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김밥을 대표 메뉴로 20년 넘게 롱런하는 브랜드가 있다. 김가네김밥 김용만 회장으로부터 비결을 들었다.

특별 가정식이던 김밥은 김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1990년대 김밥전문점으로 창업시장에 등장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김밥전문점까지 더해 수백개의 브랜드가 각축 중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김용만 회장의 일침이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어요. 프리미엄이라고 해서 야채만 넣는 것도 문제고, 궁합이 맞지 않는 재료를 함께 넣어서도 안되죠. 음식은 맛은 물론 건강까지 생각해야 해요.” 김가네김밥이 1994년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김 회장은 강원도 춘천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 새로운 사업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서울로 상경해 대학로에서 주점으로 창업시장에 발을 들였다. 첫 자영업치고는 제법 영업이 잘 됐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몇년 후 점포 옆에 소방도로가 생기면서 건물의 일부가 헐려 운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프랜차이즈 가맹점으로 다시 창업에 나섰지만, 장사는 신통치 않았다. 고민하던 그에게 아내가 분식업을 권했다. 김밥과 인연을 맺게 된 배경이다.

김가네김밥의 특징은 고객이 볼 수 있게 매장 쇼윈도에서 즉석으로 김밥을 만드는 거다. “하루는 가게 맞은편 커피숍에 앉아있는데 우리 매장 쇼윈도가 보였죠. 그때 ‘저기 보이는 데서 김밥을 즉석에서 말아 주면 어떨까 생각해봤어요’ 그의 생각은 대박을 쳤다. 고객은 위생적인 환경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데다 김밥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재미까지 느끼는 요소가 됐다. 김가네가 대학로의 명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다.

 
김 회장의 경영철학은 호시우보虎視牛步다. 호랑이의 눈매처럼 목표를 향해 예리한 판단력을 견지하되, 황소의 걸음걸이처럼 조급하지 않으면서 우직하게 정해진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일부 프랜차이즈 대표들이 다브랜드 전략을 펼치는 것에 비해 김 회장은 뚝심있게 김가네 브랜드의 내실을 다지는데만 주력하고 있다. “신규 브랜드 출시, 해외 진출 등 거창한 계획보다는 명품 브랜드 확립을 위해 ‘원칙을 지키는 경영’을 하고 싶어요.”

김 회장은 2008~2012년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회장도 역임했다. 프랜차이즈 시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프랜차이즈산업은 가맹본부의 검증된 사업모델과 지원을 통해 안정적으로 창업하고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죠. 가맹본부의 투명한 시스템 운영과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한 인식전환이 필요하죠.” 어려울수록 정도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에게 정도경영은 뭘까. “초심을 잃지 않고 맛을 지켜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양심적 운영이죠.” 어려운 경기와 높아진 식자재 비용 등으로 꼼수를 생각하는 이들이 되새겨봐야 할 말이다. 
이호 더스쿠프 기자 rombo7@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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