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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 팔수록 내연차에 유리하다친환경차 정책의 이상한 역주행
[217호] 2016년 12월 02일 (금) 06:36:32
고준영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 지난 7일 환경부가 개정한 행정규칙이 되레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소차 1대를 팔면 내연차 3대치(평균)의 온실가스(1대당 127g/㎞)를 방출할 수 있었다. ‘온실가스 감축제도’에 따라서다. 그런데 최근 수소차의 혜택이 늘어났다. 수소차를 1대 팔면 내연차 5대(온실가스 배출량 635g/㎞)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준 것이다. 주객主客이 전도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소차를 팔수록 내연차를 더 팔아치울 수 있어서다.


세계적으로 ‘친환경 정책’이 공론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 당사국이 입을 모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고 합의하면서다.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이 친환경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도 파리협정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이후 적용되는 새로운 기후협약에 따라 각 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그해 전망치의 37%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인 8억5060t을 5억3590t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환경부가 올해부터 친환경차에 주는 인센티브를 강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기차ㆍ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 보급을 장려해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 정책의 방향은 옳다. 우리나라의 친환경차 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친환경차 보급률도 현저히 낮은 편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기차 신규등록대수는 약 3000대로, 중국 20만7000대, 미국 11만4000대, 노르웨이 3만6000대 등을 한참 밑돌고 있다. 아직 친환경차 시장이 작은 만큼 보급 장려 정책을 펼치면 되레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크게 볼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 정책이 ‘거꾸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환경부는 지난 7일 행정규칙 ‘자동차 평균에너지 소비효율 기준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 및 기준의 적용관리 등에 관한 고시’를 개정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 등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자동차의 경우 1대당 3대의 판매실적을 산정하되(기존 행정규칙),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판매한 수소연료전지자동차는 1대당 5대의 판매실적으로 산정한다(개정된 행정규칙).”

환경부는 완성차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한다. 판매대수 1대당 평균 127g/㎞다. ‘1대당 3대의 판매실적을 산정한다’는 뜻은 전기자동차 1대를 팔면 381g/㎞(127g/㎞×3)의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고시 개정으로 수소차를 1대 팔면 무려 635g/㎞(127g/㎞×5)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배출할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해, 친환경차를 더 많이 판매할수록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한을 더 많이 확보하는 셈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은 “산업이 위축된다는 기업의 불평 탓에 정부는 정작 필요한 규제보다는 인센티브를 늘리는 쪽으로 정책을 펴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에 수소차 인센티브를 확대한 것도 같은 맥락일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기업 눈치를 보거나 기업의 입김에 좌지우지된다면 친환경 대책의 본래 의도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친환경차 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 과도하게 인센티브를 늘린 탓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라는 당초 정책 목적이 흐려진 셈이다.

이지언 팀장은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 규제방향이 잘못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진짜 환경을 위한 정책이라면 평균(1대당) 온실가스 배출량보다는 배출 총량을 규제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면서 “1인당 자동차 소유대수를 제한하거나 대중교통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장려책도 생각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무작정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상책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친환경차 정책에 ‘소비자를 위한 혜택’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2020년 말로 연기된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세제혜택, 주차장 무료이용, 전용차로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과도한 인센티브로 인해 주主와 객客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다시 한 번 고려해 봐야 할 때다. 무엇을 위한 정책이었는지 핵심을 다시 한 번 짚어보자. 그렇지 않으면 친환경차 정책이 아니라 친기업 정책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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