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부자는 어떻게 가난을 만드는가」

가면 뒤에 숨은 미국의 민낯

성공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유효할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라는 타이틀을 반쯤 빼앗겼다. 미국이 여전히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미국의 최상층이나 월가의 이야기일 뿐이다.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집, 결혼, 취직은 물론 인간관계,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 금수저ㆍ흙수저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도 다르지 않다. 미국이 ‘아메리칸 드림’을 잃었다면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잃었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미국의 현실을 통해 한국 사회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들을 짚어본다.

앞서 저자는 2011년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를 통해 몰락하고 있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비판했다. 그 후 5년이 지났지만 미국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치ㆍ경제ㆍ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와 정격유착ㆍ노조붕괴ㆍ도덕적 해이ㆍ미국적 가치의 실종은 극심한 경제 양극화를 낳았다. 중산층의 몰락은 가속화됐다.

미국의 소득지표를 들여다보면 ‘미국인들이 정말로 이렇게 못 살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인의 44%는 가구당 평균 유동자산이 180만원이며, 32.2%는 연봉이 1800만원이 되지 않는다. 또 전체의 54.2%는 연봉이 3600만원이 되지 않는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미 연방 정부가 정한 빈곤선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간다는 얘기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동안 최상층은 어떻게 됐을까.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빌 게이츠가 집 값 비싸기로 유명한 보스턴의 모든 주택을 사들일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미국의 고액 연봉자 900여명은 연봉으로 최하 240억원을 벌어들인다. 이들의 총소득이 전체 임금 근로자 99.99%의 총소득보다 많다. 이제 미국은 소득불평등을 이야기할 때 사용했던 1대 99 대신 0.01대 99.99라는 틀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쩌다 0.01%의 나라가 됐을까. 저자는 그 핵심에 기업과 로비스트들의 농간에 휘말린 정치권이 있다고 주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이 금권정치의 핵심인물이라는 고발이다.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가 2014년 로비자금으로 12억 달러를 살포했는데, 로비자금의 대상자 중에 오바마 대통령도 포함돼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느 전임 대통령보다 자주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나타나기도 했다. 국민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내세운 오바마 케어도 사실상 부자에게 증세하지 않고 전 국민에게 간접세를 징수해 세수를 확보하고자 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역시 월가와 한패라고 주장한다. 힐러리는 월가 규제에 소극적이었고 월가는 그런 힐러리를 지지했다. 대통령 직에서 물러날 때 무일푼에 가까웠던 클린턴 부부는 퇴임 후 3000억원의 재산을 모았다. 이들 부부가 2010년부터 5년간 월가의 대형 금융기관 등에서 강연하고 벌어들인 수입만 1224억원에 달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의 소득불평등지수는 아시아 최고치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까지 늘었다. 정치권에서는 정경유착을 넘어서 비선실세가 등장해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미국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데자뷔 같은 사회적 흐름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 한국 사회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세가지 스토리

 
「파산수업」
정재엽 지음 | 비아북 펴냄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될 때가 있다. 금수저로 태어나 아버지와 함께 회사를 운영하던 저자는 한순간 부도를 맞은 회사 탓에 경제적 파산뿐 아니라 정신적 파산을 경험했다. 밀려드는 채권자와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불안증과 공황 상태에 빠졌던 그는 경제적ㆍ사회적으로 무너진 자존감을 어떻게 회복하고, 그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언한다.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사카이 준코 지음 | 바다출판사 펴냄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노년을 준비하자니 너무 이르다. 30대를 지나 40대를 맞이한 중년은 방황하기 쉬운 시기다. 무엇을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고, 지금 이대로는 아무 것도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하면 느닷없이 위기감이 짓누른다. 중년의 한복판에 있는 저자가 마치 일기를 쓰듯, 친구와 수다를 떨듯 중년의 상념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열정 절벽」
미야 토쿠미츠 지음 | 와이즈베리 펴냄

직업이 계급이 된지 오래다. 누군가는 ‘희망 노동’을 앞세워 근로자의 열정을 착취한다. 노동자들에게 쥐어주는 건 ‘열정페이’ 몇 푼이다. 겉으로는 열정과 능력만으로 정규직에 오를 수 있다지만 알고보면 원래 부유한 사람들에게 더 유리한 사회였던 거다. 이 책은 날카로운 통찰과 현실적인 분석으로 시대가 강요하는 ‘열정’이 사실은 거짓이었다고 고발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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