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터널 속 의류업계

▲ 해외 시장에 진출한 의류OEM업체들의 실적이 하향세다.[사진=뉴시스]
의류업체들이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무엇보다 의류 소비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어,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외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의류업체들이 암흑터널 속에 갇혔다.

올 3분기 의류업체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러웠다.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한섬만이 체면을 지켰을 뿐 대부분의 기업은 실망스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F, 휠라코리아는 물론 의류 OEM업체들의 매출도 기대치를 밑돌았다. 특히 글로벌 의류 OEM업체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저조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요 고객인 미국의 소비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혀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박현진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년 간 TPP 기대감 때문에 의류 OEM업체를 비롯한 국내 섬유기업들이 베트남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다”면서 “하지만 트럼프가 TPP 탈퇴 방침을 밝히면서 베트남 현지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의류ㆍ섬유업체를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실적 하락세가 눈에 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영원무역과 한세실업의 주가는 하향곡선이다. 영원무역의 경우, 10월 19일 3만5800원이던 주가가 11월 30일 현재 2만7550원대로 뚝 떨어졌다. 한세실업의 주가도 같은 기간 2만6750원에서 2만2250원으로 하락했다.

실적도 신통치 않다. 지난 3분기 영원무역은 예상을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 증가해 547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이 문제였다. 65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9%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OEM사업이 부진했던 탓이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성수기에 오더가 지연되고, 타이트한 납기가 맞물리면서 생산성이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인건비 부담, 원재료비 구입 비용 증가, 바이어 실적 부진 등 여러 조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영업이익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OEM사업 부진 탓 실적 하락

지난해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OEM 매출을 올렸던 한세실업도 올해는 그만큼의 성적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세실업은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1%, 9%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각각 7.2%, 6.7% 역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율 하락에 기존 바이어들의 수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문제는 이들 업체의 이익률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유통업체들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의류업체들이 떠안고 있어서다. 박현진 애널리스트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정상가 판매율’이라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상시 할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유통업체들의 할인 행사가 늘어날수록 의류업체들의 이익률 개선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