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에르나니

▲ 엘비라는 세 남자의 사랑을 받지만 연인은 결국 비극을 맞이한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빅토르 위고가 쓰고,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에르나니(Ernani)’는 바리톤과 베이스가 등장하는 매우 남성적인 작품이다. 1830년 파리에서 연극으로 시작됐지만 베르디가 곡을 붙여 1944년 초연된 후 ‘돈 카를로’와 함께 베르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1막=1519년 스페인 아라곤의 숲속에서 반역을 공모하는 무리들이 파티를 하고 있다. 우두머리인 에르나니는 자신의 부친이 국왕(돈 카를로)의 아버지에게 처형당한 것을 복수하려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랑하는 여인(엘비라)은 후견인이자 삼촌인 실바와 정략 결혼할 위기에 처해 있다. 두 연인은 함께 도주할 계획을 세우지만 에르나니를 기다리는 엘비라 앞에 나타난 건 돈 카를로 왕. 국왕 역시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엘비라는 국왕의 구애를 거절한다. 그 순간 에르나니와 실바가 등장한다. 국왕을 알아보지 못한 실바는 에르나니와 합세해 국왕에게 결투를 청한다. 호위병들이 들어오고서야 상황을 파악한 실바는 국왕에게 사죄한다.

2막=성안에선 실바의 결혼식 준비가 한창이다. 왕을 향한 복수가 실패로 돌아가 수도사로 변장한 채 도주하던 에르나니는 성 안으로 들어온다. 실바는 그런 에르나니를 맞이하지만 이내 엘비라와 에르나니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다. 그때 왕이 도망자를 찾아 성안으로 들어온다.

실바는 일단 에르나니를 숨겨준다. 성 안을 뒤져보던 왕은 도망자들 대신 엘비라를 데리고 성을 떠난다. 자신에게 결투를 신청하는 실바에게 에르나니는 “결투의 대상은 국왕”이라고 상기시키고 함께 복수를 꿈꾼다. 그리고 에르나니는 목숨을 살려준 대가로 실바가 동물의 뿔나팔 소리를 울리면 이를 신호로 알고 목숨을 끊겠다고 다짐한다.

3막=카를로 대제의 무덤 앞. 새로운 왕의 탄생을 알리는 동안 에르나니와 실바는 복수를 계획한다. 누가 국왕을 암살할 것인가를 두고 제비뽑기를 한 결과, 에르나니가 지목된다. 그 현장에 있던 엘비나는 국왕에게 반역자들의 목숨을 살려달라고 간청한다. 국왕은 그 청을 받아들이고 엘비나와 에르나니의 결혼도 허락한다. 복수를 꿈꾸던 에르나니마저 왕의 자비를 받아 모두가 새로운 국왕을 환영하는 가운데 단 한 사람, 실바만이 홀로 복수를 다짐한다.

4막=에르나니의 성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리고 있다. 그 주변을 화가 잔뜩 난 한 사람이 서성거린다. 이윽고 환희에 찬 신랑과 신부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이어 들리는 낯선 뿔나팔 소리. 낯빛이 바뀐 에르나니는 잠시 엘비라를 멀리한다. 곧이어 검은색 망토와 가면을 벗은 실바가 에르나니 앞에 나타나 명세를 이행하라고 강요한다. 엘비라까지 나서서 실바를 설득해보지만 그는 마음을 꺾지 않는다. 결국 에르나니는 약속대로 단칼에 자신의 가슴을 찔러 자결한다.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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