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이나 가지 뭐

▲ 최근 들어 북유럽 국가로의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민이나 가지 뭐….” 최근 들어 유독 자주 들려오는 말이다.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 때문이다. 최근엔 여기에 한가지 경향이 더 생겼다. 이왕 떠날 거 북유럽으로 가자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을 제치고 갑자기 왜 북유럽일까.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복지강국’이라서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는 강성국(가명ㆍ27)씨. 그는 현재 해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2년 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핀란드에서 1년을 지내고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이 또다시 해외 이주 준비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털어놨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도 전에 벌써 수천만원의 빚을 떠안게 되니 암담했어요. 좋은 곳에 취업을 해 돈을 열심히 모은다고 해서 명쾌한 해답이 보이는 것도 아니었죠. 이런 상황에 시국이 이 지경에 이르니 좌절감은 더욱 커졌고, 그게 불씨를 댕긴 것 같아요. 지금은 취업 비자를 준비 중이지만 향후 영주권을 얻어 정착할 생각입니다.”

강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근 이민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스웨덴ㆍ덴마크ㆍ노르웨이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를 택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해당 국가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르웨이와 핀란드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수(이하 2015년 기준)는 2013년 대비 각각 61.9%, 48.8% 증가했다. 스웨덴과 덴마크(이하 2013년 기준)는 그보다 조금 앞선 2011년 대비 22.0%, 83.3% 늘었다.


전통적으로 해외 이주 비율은 미국ㆍ캐나다ㆍ호주ㆍ뉴질랜드가 전체의 93.9%(1984 ~2015년 누적)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북유럽 국가가 각광을 받고 있는 건 왜일까. 해외이주센터 관계자는 “호주ㆍ캐나다ㆍ뉴질랜드 등이 이민 정책을 강화하면서 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복지에 관심을 두면서 ‘복지강국’으로 통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해외이민 정보 사이트 관계자는 “2010년대 초 북유럽 국가가 뜨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주로 인테리어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높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북유럽 국가의 복지 수준을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비자담당관에 따르면 노르웨이를 찾은 한국인이 지난해보다 올해 더 많았다. 그들 중 대다수는 노르웨이를 찾는 이유로 복지를 꼽았다.

실제로 북유럽 국가의 복지 수준은 매우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교육비, 의료비, 양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복지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이 때문에 불평등 지수와 빈부격차가 무척 낮다. 강씨가 취업을 희망하는 곳도 북유럽 국가였다. 북유럽 국가를 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짧게 답했다. “살기 좋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금 뭐하는 걸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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