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렌트푸어 싱글녀의 재무설계

▲ 경제생활을 하고 있지만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푸어족이 증가하고 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푸어족’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학자금 대출을 받거나, 빚을 내 집이나 자동차를 사도 ‘푸어족’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문제는 푸어족의 경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렌트푸어를 겪고 있는 권정임(가명ㆍ34)씨의 사례를 살펴보자.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은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월급을 받아도 이것저것 떼고 나면 손에 쥐는 건 몇푼 안되는 게 현실이다. 오죽하면 ‘○○푸어족’이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70.0%가 자신을 ‘푸어족’이라고 생각했다. 푸어족의 종류도 다양하다. 벌이가 시원치 않은 ‘워킹푸어’, 집이 있지만 대출금을 갚는데 급급한 ‘하우스 푸어’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권정임(가명ㆍ34)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본가가 지방인 권씨는 홀어머니와 함께 생활했다. 돈을 벌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이후 간호조무사로 취업했지만 100만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생활이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권씨는 대학 진학을 결심했고 간호대학에 입학했다. 필요한 학비는 학자금 대출을 통해 마련했다.

그 이후 권씨의 푸어 생활이 시작됐지만 문제가 되진 않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종합병원에 취직해 8년 동안 열심히 일해 학자금 2000만원을 갚았기 때문이다. 혼자 지낼 수 있는 원룸 전세까지 마련했다. 그렇게 푸어족에서 벗어날 무렵, 어머니가 암에 걸리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필요한 병원비를 충당하는데 전세자금을 모두 사용했고 대출을 이용해 월세를 얻으면서 ‘렌트푸어’에 빠졌기 때문이다.

권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권씨의 월 소득은 300만원(실 수령액 기준)이다. 소비성 지출로는 월세로 한달에 55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또한 각종 세금과 통신비로 각각 10만원 6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혼자 계신 어머님 용돈(40만원), 생활비 및 용돈(40만원), 교통비(10만원), 비정기 지출(20만원), 각종 모임 회비(15만원) 등 196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비소비성 지출로는 월세 보증금 대출 상환(1000만원ㆍ이자율 4.5%)에 43만원, 종신보험료 45만원 등을 지출하고 있다. 저축으로는 자유예금 10만원(7개월 납입)과 주택종합청약저축 5만원(7개월 납입) 등이 있다. 이에 따라 권씨의 300만원 소득 중 지출되는 금액은 299만원 잉여자금은 1만원에 불과하다.

그 때문인지 본인은 물론 어머님의 노후와 결혼까지 준비해야 하는 권씨의 경제적 고민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무조정까지 생각하고 있다. 우선 권씨 재무상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높은 대출상환 금액과 보험료다. 소득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대출과 보험료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다. 권씨는 주거비를 줄이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꿀팁 하나. 신혼부부나 결혼을 한 가장은 정부에서 운용하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나 디딤돌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하면 비교적 낮은 금리로 전세 자금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권씨는 미혼이라 은행 대출을 이용하기로 했다. 권씨는 원룸 전세 7000만원을 얻기 위해 5000만원(만기 일시상환ㆍ연이율 3.3%)을 빌렸다. 그 결과, 한달에 43만원 달했던 대출 상환액은 14만원으로 줄었다.

다음은 종신보험이다. 어린시절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암투병에 힘겨워하는 어머니를 보면서 사망보험에 니즈가 컸던 권씨는 7년 전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부양하는 싱글여성에게 45만원에 달하는 보험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사망보장성 보험이기 때문에 정기보험으로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종신보험을 해지하고 월 4만원의 정기보험에 가입해 41만원의 보험료를 줄이기로 했다. 게다가 종신보험을 해지하면서 해지 환급금 3060만원(납입원금 3600만원ㆍ환급률 약 85%)도 손에 쥐게 됐다. 권씨는 전세자금 대출(29만원)과 종신보험 해지(41만원)로 70만원의 여유자금이 더 발생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조사비로 사용되는 비정기지출과 모임회비를 각각 10만원 5만원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율이 낮은 자유예금 저축 10만원도 정리하기로 했다. 그 결과, 월 1만원에 불과했던 권씨의 잉여자금은 151만원으로 늘었다. 이제 늘어난 잉여자금과 보험 해지 환급금의 활용방법이다. 우선 보험 해지 환급금 3060만원 중 2000만원은 부족한 전세자금을 충당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또한 기존 월세 보증금 대출 잔액 676만원을 모두 상환했다.

월세보다 싼 대출 활용해야 


나머지 환급금 384만원과 자유예금 70만원을 합친 454만원 중 400만원은 비정기 지출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남은 54만원은 이사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돌려받은 월세 보증금 1000만원은 비상금과 어머니의 암치료를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기 위해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예치하기로 했다.

잉여자금 151만원 중 80만원은 이자율이 높은 저축은행 적금에 예치하기로 했다. 모아둔 목돈이 없는 만큼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위해 적금을 활용하기로 했다. 투자 목적으로는 외화적금에 20만원을 예금하기로 했다. 상품은 달러 상품으로 결정했다.

미국의 금리 상승과 정치적 환경으로 달러화 강세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장기상품으로 변액적립보험(월 20만원)을 활용하기로 했다. 권씨가 본인과 어머니의 노후를 크게 걱정하는 만큼 큰 무리가 없는 금액으로 가입했다. 물론 7~10년이 지나야 원금이 보장돼 중도해지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잊어선 안 된다.

마지막으로 남은 20만원은 CMA에 예치할 예정이다. 이 금액은 비정기 지출을 충당하거나 차후 비상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권씨처럼 푸어족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한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비용이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생활에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어서다. 빚도 잘 굴려야 한다는 얘기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수석연구원 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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