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복의 까칠한 투자노트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트럼프의 당선이 우리나라의 투자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점이다. 특히 그는 재정정책을 옹호한다. 어떤 투자전략을 짜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정책이 어떨지 아직 확실한 게 없어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큰 그림은 그릴 수 있을 듯하다. 경제정책의 큰 흐름이 재정정책 중심으로 바뀔 거라는 점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저금리에 의한 통화정책보다는 직접적인 경기부양을 추구하는 재정정책을 강조해왔다. 여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우리나라 상황에 빗대 살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주요 국가들은 ‘돈 풀기 정책(양적완화)’을 펴왔다. 우리나라 정부도 그에 발맞춰 기준금리를 낮추고, 가계나 기업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곳에선 돈이 돌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주체인 은행들이 돈을 그냥 갖고 있거나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있어서다. 오른쪽 지갑에서 꺼내간 돈이 어딘가에(투자나 소비) 사용되지 않고, 다시 왼쪽 지갑으로 들어갔다는 거다. 금리를 낮췄음에도 가계이나 기업에 투자를 여력이 생기지 않은 것도 통화정책이 먹히지 않은 이유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고 있던 조선·철강 등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투자는커녕 회생에 집중해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통화정책으로 풀린 천문학적인 돈이 시중에 돌지 않고 은행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통화정책보다 직접적인 총수요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을 선호하는 건 이 때문이다. 재정정책은 자신을 뽑은 유권자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의 가장 유명한 재정정책은 바로 ‘뉴딜정책’이다. 1933~1938년 미국의 대공황을 수습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발전소를 짓거나 대규모 개발을 추진한 게 바로 뉴딜정책이다.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를 통해 당시 대규모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내수 진작을 꾀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종시 행정수도 건설과 4대강 정비 사업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경제성장을 꾀한 거다. 사업의 도덕성 문제를 배제하고 볼 때 건설업종 지수는 4대강 사업을 실시한 2010년부터 약 1년간 2배 이상 상승했다. 재정정책이 통화정책보다 눈에 띄는 효과를 낸 셈이다.

물론 재정정책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재정정책을 통한 총수요 부양정책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 인플레이션은 자산가격에 거품을 만들고, 이는 또다시 금융을 불안하게 만든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채권금리는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시야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 예컨대 미국의 재정정책에 또다른 경기민감주(건설·IT·자동차·조선·철강 등)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병복 금융산업평가 컨설턴트 bblee2@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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