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0 ()
로그인
회원가입
더스쿠프
> 뉴스 > In-Depth > Point of View
     
연탄가격도 껑충 한겨울 걱정이네흔들리는 3.6㎏ 생명줄
[218호] 2016년 12월 12일 (월) 10:12:54
이지원 기자 jwle11@thescoop.co.kr

“연탄 때기 전엔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았어. 냉골에서 살수가 있어야지. 연탄 덕에 견딜 만해.” 구룡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에게 연탄은 없어선 안 될 필수품이다. 지름 15㎝, 높이 14㎝, 무게 3.6㎏, 구멍 22개. 많은 이에게는 추억이지만 누군가에겐 겨울을 버티게 해주는 생명줄과 같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 연탄 가격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사진=뉴시스]
소설小雪에 맞춰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11월 22일.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골목 한편에서 혼자 볕을 쬐고 있던 한 할머니(86)를 만났다. 구룡마을에 산 지 40년이 됐지만 할머니는 올겨울이 유독 걱정이다. 손자가 돈 벌러 제주도로 내려가면서 연탄난로를 내다 버렸기 때문이다. “내 걱정이 된다며 연탄난로를 갖다 버리고 가스보일러를 놔주고 갔어. 그런데 한통에 5만원하는 가스비가 여간 비싸야 말이지. 추워서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야.”
정부 지원금(월 10만원)이 수입의 대부분인 할머니에게 가스비는 큰 부담이다. 있어도 마음껏 틀 수 없는 가스보일러나 전기장판보다 할머니에겐 연탄난로가 더 유용하다. 연탄 3~4장이면(장당 500~700원) 하루 종일 쪽방을 훈훈하게 데울 수 있어서다.

그런데 최근 연탄가격마저 올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0월 4일 석탄과 연탄의 공장도가격을 각각 8.0%, 19.6% 인상했다. 장당 500원이던 연탄 소비자가격은 573원으로 14.6% 올랐다. 산자부는 “생산원가가 상승했음에도 서민생활 보호를 위해 장기간 가격을 동결해 왔다”면서 “서민 연료라는 특성상 인상 수준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연탄 가격이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연탄 제조 보조금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G20에 제출한 ‘화석연료보조금폐지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연탄제조보조금을 폐지해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석탄 생산과 수요를 줄여 에너지 구조를 선진화할 방침인데, 연탄보조금 폐지는 그 계획 중 하나다.

   
 
현재 연탄 판매가격은 생산원가의 57% 수준으로, 정부가 연탄 제조비로 장당 296원씩(2016년 10월 기준) 보조하고 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이 보조금이 폐지되면 연탄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산자부가 연탄사용가구를 직접적이면서도 폭넓게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탄을 구입할 수 있는 ‘연탄쿠폰 지원금’을 현행 16만9000원에서 23만5000원으로 올려, 연탄사용가구를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연탄쿠폰을 지원하는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소외계층 등 7만7000가구에 불과하다. 연탄을 사용하는 전국 16만800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연탄쿠폰이 얼마나 도움을 줄지도 의문이다. 한 가구가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연탄은 대략  500~700장. 배달비 포함 연탄 가격을 장당 700원으로 가정했을 때 35만원에서 50만원이 든다. 연탄쿠폰 지원금을 최대로 받아도 연탄을 충분히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산자부는 석탄이 아닌 연료로 전환을 희망하는 저소득층 가구에 보일러 교체 비용을 전액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용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연료비 부담 탓에 보일러 대신 연탄 난로를 들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실효성 없는 정책 탓에 구룡마을 할머니들, 아니 저소득층의 겨울이 올해도 매서울 듯하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 스쿠프(The Scoop)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이지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많이 본 기사
1
회사에 충성 다한 직원 어찌할꼬
2
[천막사진관] “약자의 마음에 청진기를 대다”
3
소득의 40%를 보험에 넣었으니 “쯧쯧”
4
[양재찬의 프리즘] 차기 대통령 책무는 청년일자리 창출
5
[윤영걸의 有口有言] 노후자금, 통장에 넣고 잊어라
6
[生生 스몰캡] 우리 기술 없으면 ‘4차 혁명’도 없다
7
예상 깨고 조기 승진, 만만치 않은 과제 어쩌려나
Current Economy
정책 → 한숨 → 눈물, 상인 잡는 허무한 악순환
정책 → 한숨 → 눈물, 상인 잡는 허무한 악순환
“가짜 매물? 당신이 입증하세요”
“가짜 매물? 당신이 입증하세요”
빈병 탓에 술값 인상? “당신들 취했습니까”
빈병 탓에 술값 인상? “당신들 취했습니까”
겨울에 떠나거나 봄을 탐하거나
겨울에 떠나거나 봄을 탐하거나
총 배당금 중 75.1%, 대기업ㆍ외인이 ‘꿀꺽’
총 배당금 중 75.1%, 대기업ㆍ외인이 ‘꿀꺽’
회사소개만드는 사람들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775  에이스하이테크시티 2동 17층 1704호  |  대표전화 : 02)2285-6101  |  팩스 : 02)2285-6102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서울 아 02110 / 서울 다 10587  |  발행인·대표이사 : 이남석  |  편집인 : 윤영걸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석강
Copyright © 2011 더스쿠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