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실적 진짜인가

▲ 대우건설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2017년 안으로 대우건설 매각을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사진=뉴시스]
대우건설의 요즘 지표는 나쁘지 않다. 2분기 연속 순이익도 냈다. 그런데 대우건설의 실적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초리가 많다. 이 회사 회계법인은 3분기 실적보고서를 두고 ‘의견거절’을 제기했고, 이 회사 대주주는 헐값에라도 매각을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왜일까. 업계 사람들은 “분식粉飾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11월 15일 완만하게 상승 중이던 대우건설의 주가가 하루 만에 폭락했다. 11월 11일 장중 최고가 7600원까지 올랐던 대우건설 주가는 15일 5810원으로 떨어졌고, 25일엔 장중 최저가 5090원을 찍었다. 해외 시장 침체와 부동산 대책 등으로 건설경기가 악화한 건 맞지만 대우건설의 주가 하락은 유독 갑작스러웠다.

주가를 떨어뜨린 원인으로 지목된 건 공매도였다. 실제로 주가가 폭락하기 이전인 11월 11일 대우건설 공매도 규모는 119만5385주로 상장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다고 보기엔 의문이 따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대우건설의 지표가 가히 나쁘지 않아서다.

이 회사는 지난 1분기 19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분기, 3분기엔 각각 368억원, 42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유보율은 증가하고 있고, 부채비율은 개선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대우건설 공매도 파문은 ‘일시적 변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우건설의 지표를 믿지 못할 만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무엇보다 대우건설의 회계를 담당하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대우건설 3분기 실적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사모투자펀드 형태로 대우건설 지분의 50.8%를 보유)은 막대한 손해가 예상되는데도 대우건설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0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을 매입할 당시 들인 돈은 약 3조2000억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대우건설의 매각가는 시장가치로 따져봤을 때 1조6000억원가량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매각가가 매입가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헐값 논란’에 휩싸일 만하다. 역으로 돌려보면 ‘부실한 대우건설을 빨리 해치우겠다’는 제스처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단 산업은행 측은 “정부의 비금융 자산 매각 정책 때문에 대우건설을 조기에 팔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에 비금융자산을 매각하도록 촉구했다. “자회사 매각을 위한 좋은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현재 산업은행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헐값에 매각하려는 상황은 정책의 본래 목적과 맞지 않는다. 게다가 당초 금융위와 산업은행이 정한 매각 기한은 2018년까지다. 대우건설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뭘까. 한편에선 ‘대우건설의 회계가 투명하지 않다’고 꼬집는다. 대우건설의 지표가 ‘분식粉飾’됐기 때문에 산업은행 측이 매각을 서두르는 게 아니냐는 거다. 익명을 원한 한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재무상태에 대한 의혹은 업계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딜로이트 안진이 대우건설 3분기 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낸 것도 대우건설의 회계 부실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례적이라는 의견 거절 평가를 그렇게 쉽게 내릴 수 있었겠냐는 거다.

또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회계 투명성, 재무 건전성 등에 문제가 없어서 매각을 추진한다는 얘기보다는 부실 문제가 표면에 드러나 기업 가치가 바닥을 치기 전에 서둘러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훨씬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민낯은 무엇일까. 괜찮은 실적지표가 공개됐음에도 회계법인은 의견거절을 하고, 대주주는 매각을 서두르는 이유가 뭘까. 업계 사람들은 ‘분식’을 쳐다본다. 대우건설이 스스로 의혹을 벗겨내야 할 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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