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임대소득 과세 추진 논란

▲ 주택임대소득 과세가 주택 시장의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일러스트=아이클릭아트]

“조물주보다 위대한 게 건물주.” 부동산으로 얻는 소득이 그만큼 막대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소득이 있으면 그만큼의 세금도 붙는 게 ‘조세 평등의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임대소득 사업자에 적용되는 법안에는 문제가 많다. 일부 법안에 집주인에게 혜택을 주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홀로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주택시장이 딱 그렇다. 11ㆍ3 대책 등 잇단 규제로 시장이 위축됐는데 공급과잉 시그널도 켜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 주변엔 또다른 대형 악재들이 이리저리 널려 있다. 무엇보다 2018년까지 2년간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던 소액 임대소득 과세가 내년으로 앞당겨질 공산이 크다. 지금은 연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에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소득세를 내야 한다. 1가구 1주택 중 9억원 이하는 비과세지만, 1가구 2주택자 이상의 경우 2000만원 이하의 소득에는 14.0%의 세율이 적용된다. 2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종합과세 대상이다. 사실 정부는 이 과세 방안을 2년간 유예했다. 겨우 살아난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 임대소득자들이 소득 노출로 세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점, 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이 유예안은 벽에 부닥쳤다. 야당이 ‘즉시 과세’를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형평성에 어긋난 세제 지원이라는 게 이유다. 원칙적으로 주택 임대소득은 과세 대상이라는 것이다. 유예의 필요성이 불투명한 것도 사실이다. 먼저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위해 과세방안을 2년간 유예한다’는 주장을 보자.

현재 부동산 임대차 시장에는 전세 물량이 가득하다. 10월 전ㆍ월세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6%로 9월보다 0.3%포인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포인트가 줄었다. 월세 비중은 올해 2월(47.1%) 최고치를 찍은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2년 후 시장이 안정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소액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면 그에 따른 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는 우려 역시 기우에 그칠 공산이 크다. 시장 상황이 워낙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집주인이 월세를 올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에는 입주 물량이 많아 일부 지역에선 역전세난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은 28만8056호에 그치지만, 2017년 36만9140호, 2018년 40만9729호 등 2년간 77만8869호로 크게 늘어난다.

 

설득력 떨어지는 과세 유예안

임대소득 과세로 발생하는 세액이 크게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다. 분리과세와 종합소득 과세의 기준점이 되는 연간 2000만원의 소득을 12개월로 나누면 약 166만원인데, 세금은 월 5만원꼴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강조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세 유예안을 두고 “주택 임대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비용을 위해 과세를 한시적으로 보류하더라도 소득간 과세형평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는 분리과세 및 종합과세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근로소득자 등 다른 소득자보다 주택 임대인의 소득 수준이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의견을 냈다.

과세 유예보다 임대소득 과세제도를 개편하는 게 먼저라는 주장도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전국 지자체에 등록된 민간 임대사업자(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는 10만3927명. 반면 2주택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는 172만1000명으로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의 10배가 넘는다. 다주택자 대부분이 전ㆍ월세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임대소득을 신고하는 사람은 10명 중 1명이 채 안 된다는 얘기다. 임대소득신고가 ‘의무’가 아닌 ‘선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임대소득 과세를 제대로 하려면 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제도개편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임대소득 과세는 오히려 서민주거 안정 측면에 도움이 될 공산이 크다. 거둬들인 세금을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투입할 수 있어서다. 결국 지금이라도 조세 정책을 임대사업자나 세제 지원이 아닌 세입자 중심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가장 중요한 건 조세형평성

무엇보다 세입자가 여전히 임대차 시장의 ‘을乙’임을 감안해야 한다. 과세 유예가 투기 수단으로 악용돼 서민 주거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 물론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세심한 판단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임대소득으로만 생활하는 은퇴자는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건강보험료가 문제다. 생계형 임대소득자는 세금을 낼만한 기타 소득이 없기 때문에 건보료가 부과되지 않았다.

하지만 소득이 노출되면 건보료 부담이 세금보다 훨씬 커진다. 다른 소득 없이 5억원짜리 주택 2채를 가지고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인 은퇴자의 경우 소득세는 연 56만원을 내게 되지만 건강보험료는 276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과세는 하되, 건보료 부담은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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