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그 후➊ 한국경제의 미래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됐다.[사진=뉴시스]
헌정 사상 두번째 탄핵소추 가결. 국회가 국민의 손을 들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꼬인 정국이 활로를 찾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경제, 과연 어디로 방향을 틀까. 탄핵 소용돌이에 빠진 한국경제의 미래를 살펴봤다.

“탄핵소추가 가결돼도 헌법재판소의 심판 과정을 보면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갈 각오가 돼 있다. 탄핵이 가결되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등에게 전한 말이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도 중도 사퇴는커녕 헌재의 탄핵 심판에 맞서겠다는 거다. 마치 탄핵 정국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예고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의 예고대로 탄핵 정국은 우리나라에 복잡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경제가 위험하다. 대통령의 탄핵소추 가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본격화할 공산이 커서다. 근거는 탄핵 정국의 ‘공백 기간’이다. 국회가 탄핵을 결의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탄핵심판이 나올 때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지 모른다.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탄핵소추의결서를 제출하면 헌재는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지만 임의규정에 불과하다.

물론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소추 이후 심판까지 62일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이 치열한 법리다툼을 예고하고 있어, 장기전 양상을 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변수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7명 이상이 출석하고, 여기서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탄핵이 통과된다. 탄핵은 그만큼 쉬운 과정은 아니다. 탄핵 반대 결정이 나와서 공이 또다시 국회와 국민에게 넘어올 경우, 탄핵 정국은 원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전이 예상되는 탄핵정국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불이 붙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경제의 상황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탄핵’은 심각한 리스크다. 무엇보다 역대 처음으로 2년 연속 수출이 감소했다. 세계 수출순위는 지난해 6위에서 8위로 하락할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전 분기(3.3%)보다 낮다. 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0%로 예상된다. 내수부진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대에 불과하고, 실업률은 3%대 후반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외적으로는 15일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예정돼 있고, 이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스크 털고 가는 게 정답

물론 반론도 나온다. 대통령 탄핵이 현실화하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꼬인 정국이 어느 정도 풀리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국민이 만들어낸 ‘대통령 탄핵’이 장기적으로 보면 정경유착, 부정부패 등으로 얼룩진 한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줄어들 수 있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면서 말을 이었다. “부정부패는 재정정책의 효과를 갉아먹고,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훼손해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며, 금융회사의 중개기능을 왜곡해 금융시장의 발달을 방해한다. 부패가 심한 국가일수록 디스카운트가 더 높게 적용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어려워도 이참에 털 건 털어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국민의 힘으로 탄핵을 성사시켰더라도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시각이다. 김상조 한성대(무역학) 교수는 “탄핵 정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올 거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장 결의된 탄핵소추안이 헌재에서 어떻게 결론 날지도 모른다. 다음 대선에서 누가 될지도 모르고,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모든 사건들이 어떤 결론을 내게 될지도 알 수 없다.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따라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당연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이 문제를 덮고 가야 하는가. 아니다. 그래도 털고 가야 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리스크를 만드는 거나 다름없다.” 탄핵 정국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국민이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이끌어냈듯 말이다. ‘촛불’에 또다른 의무가 생긴 셈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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