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책 이야기 「기억의 조각」

일제 강점기 피해자들의 이야기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것도 있다. 이 책은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 기억을 이야기한다. 90세의 나이로 여전히 조국의 독립을 기다리는 어느 노인들의 조각이다.

 
‘징용’의 사전적 의미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국가의 권력으로 국민을 강제적으로 일정한 업무에 종사시키는 일’이다. 일제 강점기에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의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국내외로 끌려갔다. 이를 ‘강제징용’이라 부른다. 강제징용이 본격화한 때는 중일전쟁이 시작된 1937년이다. 일본은 국가총동원법과 각종 노사관계 법령을 공포하고 조선에도 적용했다. 국가총동원법은 일본이 노동력과 물적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전시통제의 기본법이다.

일본은 이에 근거해 1939년 국민징용령을 발표했다. 조선인들의 민족적 저항을 우려해 징용이 아닌 모집이라고 홍보했다. 전국에 6개의 관영 직업소개소가 생겼고,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며 조선인들을 모집했다. 일자리를 구하러 왔던 조선인들은 일본의 석탄탄광, 금속광산, 토목건축, 공장 등 전쟁에 필요한 물자를 만드는 곳으로 보내졌다. 일본뿐만 아니라 만주, 사할린, 남양군도에 보내져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강제징용이 이뤄진 곳 중 가장 잘 알려진 곳 중 하나가 하시마섬이다. 일본 나가사키 현 나가사키 시에 있는 하시마섬은 군함과 비슷하게 생겨 군함도라고도 불린다. 일제 강점기 당시 하시마섬은 미쓰비시 중공업 소유의 탄광촌으로 개발돼, 신식 아파트와 오락시설이 들어선 작지만 화려한 도시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강제로 징용된 피해자들에게는 지옥섬, 감옥섬이라고 불렸다. 당시 하시마섬의 조선인 노동자들은 최고 온도가 45도에 육박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배고픔과 싸우며 일했다. 사고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월급으로 받은 50엔은 식사비, 숙소비, 작업도구비 등으로 사용하고 나면 한푼도 남지 않았다. 공사가 끝난 후에는 기밀유지를 이유로 집단학살을 당하기도 했다. 하시마섬의 경우 사망자의 신원이 적힌 문서들을 불태워 사라졌다. 수많은 조선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일본의 역사 은폐와 왜곡에 의해 부인돼 왔다. 이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역사적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고 제대로 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 전범기업들은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113만~145만명에 이른다. 국내징용 피해자까지 더하면 649만명으로 추산된다. 80년 전 그들은 독립만이 고통을 끝내줄 것이라 믿고 누구보다 처절하게 일했다. 그날이 오면 모든 눈물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사회에서 잊히고 있다. 이 책은 강제징용된 생존자들의 삶을 일대기식으로 재조명한다. 그들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를 담담하게 보여줌으로써 역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결국 마지막 조각은 독자들이 맞춰야 해결된다는 것이 「기억의 조각」의 숨은 뜻이다.

책을 만든 ‘도화지’는 진민식 대표가 2016년 6월 만든 모임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있는 청소년ㆍ청년 4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억의 조각’ 프로젝트에는 30여명의 회원이 참여해 생존자ㆍ시민단체ㆍ유족들의 증언과 역사 현장 답사기 그리고 참여 회원들의 소감까지 쉴 틈 없이 채워 넣었다. 도화지 측은 “모든 과정이 처음인 만큼 수많은 시행착오와 생각하지 못한 변수에 부딪혔다. 편견 가득한 시선, 인터뷰 대상자들의 변심, 경제적 문제, 관련 단체의 협조 거부 등을 맞닥뜨려야 했다. 이런 과정을 모두 책에 담았다”고 말했다. 

세가지 스토리

 

「쫓겨난 사람들」
매튜 데스몬드 지음 | 동녘 펴냄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인 매튜 데스몬드가 수년 동안 밀워키 지역 도시 빈민들과 함께 살았던 시간을 책으로 옮겼다. 도시 빈민들의 삶은 ‘퇴거’로 점철돼 있다. 수입의 대다수를 월세로 지출하고, 예상외의 지출이 생기면 집세가 밀려 쫓겨나기 일쑤다. 저자는 여덟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대도시 주거 정책이 어떻게 가난과 불평등으로 야기되고 지속하는지 보여준다.

「욕망사회」
성정모ㆍ홍인식 지음 | 한겨레출판 펴냄

현대사회에서 욕망의 의미는 긍정적이지 않다. 욕망은 끝없는 갈증과 탐욕으로 간주된다. 해방신학자인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 곳곳에 스며든 욕망의 모습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우리가 삶의 본능에 의존하면 욕망의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삶을 지배하는 욕망의 본질을 깨닫고, 그것을 변형시켜야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싱크 심플」
켄 시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애플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이맥과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아이(i)’ 시리즈의 창안자. 전작 「미친 듯이 심플」에서 스티브 잡스와 함께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애플의 혁신을 가능하게 한 ‘심플함’의 11가지 법칙을 제시했던 저자가 이번에는 현장 사례를 소개한다. 심플함이 목표와 가치관, 조직, 브랜드 등에 어떻게 적용 가능한지 알려준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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