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슈퍼예산 괜찮나

▲ 국회가 지난 3일 400조5000억원 규모의 2017년 예산안을 가결했다.[사진=뉴시스]

법인세 인상은 이번에도 실현되지 않았다. 복지예산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40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이 가결됐다. 하지만 국민의 삶이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기껏 줄여놓은 ‘최순실 예산’이 금배지의 ‘쪽지 예산’에 사용됐기 때문이다.

2017년 예산안이 가결됐다. 정부가 제출한 4007조7000억원보다 2000억원 줄었지만 6년 만에 최소 규모의 삭감액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슈퍼예산’이 실현된 거다. 하지만 슈퍼예산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으로 생산가능 인구 감소, 산업구조조정, 대외 불확실성 증가 등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유겸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산이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었지만 증가율은 3.7%에 불과하다”며 “내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긴축예산을 짠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5년간의 정부 총지출 평균 증가율인 연 5%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경상성장률보다도 낮은 수준”이라면서 “저출산ㆍ양극화ㆍ고용 위기 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최순실 예산 삭감’의 부메랑을 애먼 사업이 맞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는 ‘최순실 예산’으로 분류된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 사업의 예산을 1278억원에서 489억원으로 삭감했다. 위풍당당콘텐츠 코리아펀드 출자, 코리아에이드 사업 등 1200억원가량의 예산을 줄였다. 

문제는 복지 관련 예산도 5654억원이나 줄었다는 점이다. 쟁점이던 노인일자리 활동수당의 2만원 인상, 저소득층 젊은이 생리대 지원비 30억원 편성, 누리과정예산 8600억원을 확보한 건 그나마 위안거리다.

이런 와중에도 ‘쪽지예산’을 통한 지역구 챙기기 관행은 여전했다. 그 결과,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2조1000억원으로 정부안보다 4000억원 늘었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 최경환 의원, 김광림 의원 등의 지역구 예산이 막판에 새로 편성되거나 증액됐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더민주당 추미애 대표, 김부겸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등의 지역구 SOC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예산안 심사 부족의 최대 수혜자가 국회의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이번에도 예산안의 벼락ㆍ밀실심사 관행이 반복됐다”며 “탄행정국의 혼란 속에서도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는 계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예산심사 과정을 전면공개가 해야 한다”며 “감액심사뿐만 아니라 증액심사도 공개하고 국회는 무슨 이유로 예산이 증액됐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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