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수 SK매직 사장

제 집을 떠나 방황하던 동양매직의 몸값을 크게 올려놓았던 강경수(53) 사장. 그가 친정인 동양매직을 이끌고 최근 새 주인 SK네트웍스의 품 안에 안겼다. 작지만 강한 브랜드를 자랑했던 동양매직이 재계 3위인 SK를 만나 ‘SK매직’으로 변신했다. SK매직 사장자리를 다시 맡은 그가 국내외 주방 · 생활가전 시장에서 ‘매직 쇼’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강경수 사장은 침몰 위기에 몰렸던 동양매직을 특유의 경영능력으로 살려냈다.[사진=SK매직 제공]
오랫동안 우리에게 친숙했던 ‘동양매직’이란 상호가 11월 28일 마침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SK매직’이란 옷으로 갈아입었다. 2013년 모기업 동양그룹 품을 떠난 지 3년여 만에 SK그룹(SK네트웍스) 품에 안기고 만 것. 동양매직은 모기업 동양그룹 해체의 도화선이 됐던 기업어음 사태로 지난 몇년간 홀로서기에 나서야만 했다. 2014년 7월부터 2년여 동안은 사모펀드 NH-글랜우드PE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모시기도 했다. 1986년 동양시멘트㈜ 기계사업부 시절부터 치면  동양의 주방·생활가전 사업은 30년 동안 그 명맥을 이어온 셈이다.

SK그룹의 모태기업이자 주요 계열사의 하나인 SK네트웍스는 렌털(대여) 사업 강화 차원에서 동양매직을 NH-글랜우드PE 컨소시엄으로부터 6100억원에 사들였다. 11월 28일 인수 대금 지급을 완료한 즉시 상호를 SK매직으로 바꿔 자회사로 편입했다. 옛 동양그룹 품에서 나고 자란 동양매직이 장년기를 SK그룹 품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SK매직으로의 변신과 안착 여부의 중심에는 전문경영인인 이 회사 강경수(53) 사장이 있다. 그의 경영 능력이 침몰 위기에 처한 동양매직을 일단 구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1990년에 입사해 27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정통 ‘동양매직 맨’이다. 경영기획, 마케팅, 제품 개발, 생산 등 안 거친 부서가 거의 없었다. 경영기획팀장, 마케팅전략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동양매직을 인수한 SK네트웍스는 강경수 사장에게 회사 경영권을 다시 맡겼다. 그동안 실적이 좋았던 데다 조직 안정과 렌털 사업 시너지 증대를 위해 그가 꼭 필요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동양매직이 동양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사모펀드(NH-글랜우드PE)에 매각된 직후인 2014년 8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랐다. 회사가 표류하면서 자신의 진가眞價를 인정받은 셈이다. 당시에도 로열티(회사 충성도)가 높은 만큼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고 신규 사업을 통해 회사 몸값을 올리는데 그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2800억원을 주고 산 동양매직의 몸값을 최고로 올려 되팔아야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가장 유능한 CEO를 앉히고 싶었을 것이다.

강 사장은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지 2년 만에 회사 몸값을 2배 이상(2800억원→6100억원)으로 올려 되팔 수 있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실적으로 뒷받침했다. 2013년 3219억원이던 매출을 2014년 3543억원, 2015년 3903억원으로 계속 늘렸다. 올해 목표도 4600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영업이익도 2013년 229억원에서 2014년 321억원, 2015년 292억원으로 크게 봐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올해 목표는 410억원으로 늘려 책정했다(그래픽 참조).

이에 힘입어 사모펀드 측은 8월 11일 예비입찰에서 AJ네트웍스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유니드, CJ 등 5개의 전략적 투자자와 CVC캐피탈과 TPG를 비롯한 2개의 재무적 투자자를 본 입찰 적격자로 선정할 수 있었다. ‘되팔기 흥행’에 일단 성공한 셈. 여기에서 자동차 렌털업을 하는 AJ네트웍스와 SK네트웍스 두 회사가 나란히 예선 1·2위를 차지했다. 경합이 심해 몸값이 1조원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마침내 지난 9월 말 본 입찰 결과 6100억원을 써낸 SK네트웍스가 승리자가 됐다.

‘SK’로 옷 갈아입은 옛 동양매직

‘동양매직’ 하면 언뜻 식기세척기와 가스레인지부터 먼저 생각난다. 수십년에 걸쳐 특정 주방가전 분야에서는 1등도 했던 브랜드다. ‘작지만 강한 브랜드’란 얘기를 들었다. 이런 바탕 위에서 강 사장은 사모펀드를 주인으로 모신 2년 동안 회사 몸값 올리기에 승부수를 던졌다. ‘스타 제품’을 통한 브랜드력 배가倍加, 렌털업 진출 강화, 선택과 집중 전략이었다. 지난해 선보인 ‘슈퍼정수기’와 ‘슈퍼공기청정기’가 회심의 역작이었다. 평소 “‘동양매직’ 하면 확 떠오르는 스타 제품 몇 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강 사장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힘이 됐다.

지난해 3월 선보인 물탱크 없는 직수형 정수기(슈퍼정수기)가 우선 큰 호응을 얻었다. 위생적이며 부피가 작고 디자인도 좋다는 평을 들었다. 냉·온수 기능이 있는데다 렌털 가격도 저렴해 인기를 더해 주었다. 올 3월에는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로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슈퍼S정수기를 추가로 내놓아 스타 제품 이미지를 더욱 높였다. 직수형 정수기 시장점유율 40%와 누적 판매대수 26만대를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슈퍼청정기도 누적 판매대수 4만대를 넘겼을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불황기와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이들 제품을 렌털로 쓸 수 있게 해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맛보게 한 점도 주효했다. 슈퍼 시리즈의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통해 렌털 제품 경쟁력이 확 올라가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봤다. 강 사장은 주방·생활가전 렌털사업에 승부를 걸었다. 렌털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에 집중했다. 방문 판매 인력을 2년 만에 600명에서 2000명 선으로 늘렸고 물류창고 20여곳도 확보했다. 사장 취임 당시 58만에 불과했던 렌털 계정 수는 올 8월말 90만을 돌파했다. 지난해 렌털부문 매출 1287억원을 기록했다.

비교적 후발주자로 생활가전 렌털시장에 뛰어 들었는데 어느덧 2위를 다지고 1위 코웨이와 경쟁 채비를 차리고 있다. 생활가전 렌털시장에서 말 그대로 ‘매직 돌풍’을 일으킨 셈. 전체 제품 수도 64개에서 39개로 크게 줄였다. “고객의 사랑을 못 받는 제품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고 있다.

“내수 벗어나 수출 늘려라”

강 사장 앞에는 이제 SK매직이란 상호로 ‘매직 쇼’를 재현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제품 개발과 마케팅 확대를 위해 SK그룹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게 됐다. 공격적 마케팅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연동한 사물인터넷 신제품 개발에도 힘쓸 생각이다.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수출을 늘리기 위해 SK네트웍스의 상사부문이 미국·독일·호주 등 20여개국에 두고 있는 해외거점을 적극 활용하게 된다. 중국과 이란 시장 진출에도 관심이 높다. 현재 수출 비중은 2% 남짓에 불과하다.

11월 28일 SK매직 측은 새 출범에 즈음해 “생활가전 브랜드로 기본에 충실하고 완벽함을 추구한 ‘매직’과 ‘SK’의 스마트하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결합해서 새 상호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회사 비전으론 “고객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본질을 끊임없이 혁신해 공유경제 시대를 이끄는 기업이 되자”를 일단 제시했다. 강 사장이 좋아진 여건을 십분 활용해 ‘SK매직 시대’를 활짝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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