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일의 다르게 보는 경영수업

죄를 끝까지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당장이든 1년 후든 생을 넘어서든 죄는 언젠가 밝혀지고, 처벌을 받는다. 흥미롭게도 그 처벌은 ‘사소함’에서 시작된다. 하늘이 인간의 악행을 언젠가 걸러낸다는 ‘천망天網’ 때문이다.

▲ 고영태의 분노가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의 서막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사진=뉴시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이라는 말이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다. 이 말의 뜻은 다음과 같다. “하늘에는 인간의 세상사를 걸러주는 망이 있다. 그 그물이 크고 넓어서 성긴 것 같지만 놓치는 법이 없이 천인공노할 악행을 반드시 언젠가는 걸러 인과응보를 받게 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반드시’ ‘언젠가는’이라는 표현이다. 인과응보의 결과는 시차時差는 있을지언정 오차誤差는 없다는 것이다. 악행은 즉시, 1년 후, 40년 후 혹은 100년 후, 또는 자손대대후 언제라도 여건이 성숙되면 틀림없이 천망에 걸린다.

두가지 사례를 통해 천망의 무시무시함을 살펴보자. 첫째 사례다. 필자(김우일 전 대우그룹 구조조정본부장)는 일전에 ‘프리스트(PRIEST)’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계부는 부인이 교회를 간 틈을 타 어린 딸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그 딸은 계부의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신부에게 그 사실을 고해성사했다.

고해성사의 내용을 밝히지 못한다는 원칙 때문에 신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에게 밤마다 “그 어린 딸을 구해달라”면서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 계속되는 악행에 신부는 지쳐갔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목사가 갑작스럽게 설사병에 걸려 예배가 일찍 끝났고, 부인은 평상시보다 훨씬 일찍 집에 들어왔다. 비밀은 그제야 드러났다. 계부가 자신의 딸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부인이 봤기 때문이다. 결국 계부는 경찰에 고발돼 처벌을 받고 말았다.

천망의 덫을 엿볼 수 있는 둘째 사례는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다.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 최순실과 박근혜와의 관계는 측근을 제외하곤 알아선 안 되는 ‘금기의 영역’이었다. 선거 때마다 밝혀질 듯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이들의 관계는 ‘비밀의 성곽’ 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천망은 여지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박근혜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많은 비선秘線 세력들이 국정을 농단했지만 천망의 덫을 피하진 못했다. 특히 최순실과 고영태의 사적 관계가 틀어진 게 결정적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고영태의 분노심이 이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한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사건이든지 시작과 끝이 있다. 다시 말해, 뿌리, 줄기, 잔가지 등의 형태로 사건 전체의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흥미롭게도 천망의 덫은 뿌리와 줄기가 아닌 ‘잔가지’를 노린다. 목사의 설사, 고영태의 분노가 바로 ‘천망’을 뒤흔든 것이다.

인간이 아무리 죄를 감추려고 해도 하늘은 다 알고 있다. 오죽하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말이 있을까. 바로 이것이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 아무리 작아도 죄는 죄요, 그 죄는 언젠가 벌을 받는다는 거다.
김우일 대우M&A 대표 wikimokgu@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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