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인 | 판도라

▲ 영화 '판도라'의 장면들.[사진=더스쿠프포토]
지난 9월 12일 경주 지역에서 여러 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었다. 이후로도 수차례 여진이 발생해 인근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남 얘기인 줄 알았던 지진이 현실화되면서 잠들어 있던 안전문제가 대두됐다. 이와 더불어 경주 부근에 밀집한 원전 관리에 대한 국가적인 논의도 활발해졌다.
 
두렵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야기

영화 ‘판도라’는 바로 그 원전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재난 블록버스터다. “원전 사고는 복구가 불가능하다. 그 정도로 치명적이고, 피해가 심각하다.” 연출을 맡은 박정우 감독은 원전 사고를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열지 말았어야 할 상자를 열어 인류에게 재앙을 안겨준 ‘판도라’에 착안해 동명의 영화를 만들었다. 감독은 “사람들에게는 원전 사고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다”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 말이 현실에서 어떻게 부합되는지 공감했으면 한다”면서 기획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긴박한 스토리와 초대형 스케일, 뜨거운 감동과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 재난 블록버스터에 최적화된 감독의 진면목도 엿볼 수 있다. 재난 영화 ‘연가시’를 통해 흥행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 감독은 “지난 세월 배우고 겪었던 모든 것을 집약해 만들었다”면서 영화를 소개한다.

실제로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은 영화의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기 위해 4년 동안 원전 관련 조사를 전방위적으로 실시했다. 원전 내부에 특히 공을 들였다. 필리핀의 ‘비탄 원자력 발전소’를 견학하는 등 자료조사에 심혈을 기울였다. 재난 영화의 핵심은 ‘사실감’이라는 감독의 철학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재난 소재에 특화된 감독, 철저한 사전조사, 믿고 보는 배우들이 총출동해 뛰어난 앙상블을 선보인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 재난에 맞서는 주인공 ‘재혁’ 역은 티켓 파워와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김남길이 맡았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기존 이미지를 탈피해 사상 초유의 재난을 겪는 발전소 인부로 변신한다. 

몰입도 높이는 막강 라인업

재혁의 엄마인 ‘석 여사’ 역은 연기 인생 40년 내공의 김영애가,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정혜’ 역은 연가시에 이어 박정우 감독과 두번째로 호흡을 맞춘 문정희가 책임진다. 3편의 1000만 영화에 출연한 정진영은 재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발전소 소장 ‘평섭’ 역을 맡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 김명민이 사상 초유의 재난 앞에서 혼란을 겪는 젊은 대통령으로 등장, 막강 라인업에 정점을 찍는다.

‘원전 사고는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영화 ‘판도라’. 다른 나라에 비해 원전 발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다. 
손구혜 더스쿠프 문화전문기자 guhso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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