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초저금리 돈 잔치

▲ 내년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세하면 1%대로 주저앉을지 모른다.[사진=뉴시스]
결국 올 게 왔다. 미국이 14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뜸들이다 1년 만에 올렸는데 계속 인상할 태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는 내년에 적어도 세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이번 0.25%포인트 조정(0.50~0.75%)에 이어 세차례 더 올리면 도합 1%포인트 이상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우리도 따라야 하는 구조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서 한국과 신흥국에 유입됐던 미국 등 선진국 자본이 빠른 속도로 대거 빠져나갈 텐데 이를 완화하려면 어쩔 수 없다. 국내경기 진작을 위한 금리인하 압박을 받아온 한국은행으로선 이제 미국발 금리상승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한은은 15일 금융안정을 이유로 12월 기준금리를 동결(연 1.25%)했다. 한은이 이번처럼 가만히 있고 미국이 예고한대로 금리를 계속 올리면 이르면 내년, 늦어도 후년에는 한국과 미국간 금리가 역전된다. 이를 방치할 수 없어 미국과 시차를 두고 조정하면 국내 시중금리가 연동돼 올라가며 이자부담이 커진다.

당장 1300조원에 육박한 가계부채가 문제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대출자의 연간 이자부담이 2조250억원 늘어난다. 금리가 내년까지 1%포인트 오르면 8조원의 이자부담이 불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허덕이는 가계에 치명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 주택경기가 고꾸라지며 집값이 급락하면 대출 받아 집을 산 개인들이 대거 상환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 전ㆍ월세가 치솟던 2014년 빚 내 집 사라고 부추기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지금 어디서 뭐 하는가.

 

대출금리가 오르면 어디 가계만 걱정인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한계기업이 부지기수다. 3년 연속 이자조차 못 갚는 좀비기업이 이미 지난해 말 3278개인데 더욱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이처럼 기업과 가계가 타격을 받으면 임금이 오르지 않고 실질소득이 감소해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은 2%대 초반으로 전망된다.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등 정치의 불확실성이 가세하면 1%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대기업들은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수사 부담으로 새해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곧 출범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익우선주의와 미국ㆍ중국간 통상 분쟁 가능성 등 대외 악재도 도사리고 있다.

이런 판에 맥주ㆍ라면ㆍ빵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줄줄이 오른다.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값마저 천정부지다. 휘발유 가격도 국제유가가 오르며 상승세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원화값이 떨어지면서 수입물가도 들썩일 것이다. 상ㆍ하수도 요금과 쓰레기 수거료 등 공공요금도 내년 초 인상이 예고돼 있다. 외환위기가 닥친 지 20년 되는 2017년, 한국에서 견뎌내려면 ‘IMF 때보다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아야 하게 생겼다.

경제가 어려우면 정치가 희망을 주고 정책으로 파장을 최소화해야 할 텐데 현실은 딴판이다.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의결로 직무가 정지됐다. 여당은 집안싸움으로 쪼개지기 직전이고, 야당은 대권 노림수 계산에 바쁘다.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는 교체 대상자와 내정자가 한달 넘게 동거하다가 교체 대상자가 눌러앉았다.

탄핵 정국에서 생환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이제라도 컨트롤타워로서 중심을 잡고 위기관리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돌입한 이상 금리인하와 돈 풀기 등 통화정책을 쓸 수는 없다. 예산을 내년 초부터 당겨쓰고, 추가경정예산도 조기 편성하는 등 재정 수단을 적극 동원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올해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혔다. 재정 조기집행과 추경은 저소득층과 청년들의 일자리 확충 및 복지 등 민생안정 분야에 집중돼야 마땅하다.

장관들도 누구 뜻인지도 모른 채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던 ‘받아쓰기 장관’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책임 장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어차피 대통령은 있어도 현안에 대한 토론은커녕 대면보고도 어렵지 않았던가. 박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됐어도 경제부총리와 장관들이 책임지고 해야 할 직무는 여전히 많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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