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제팀 주목해야 하는 이유

스티븐 므누신 듄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과 WL로스 앤 컴퍼니의 윌버 로스 회장. 두 사람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ㅁ책을 좌우할 인물들로 꼽힌다. 각각 재무장관, 상무장관에 임명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철학과 성향을 읽으면 투자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표면적으로 두 사람은 반反금융규제론자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위럽 로스 회장을 상무장관으로 지명했다.[사진=뉴시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이 드러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기준 15개 부처 가운데 11개 부처 장관이 내정됐다.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인선이 있다. 재무장관과 상무장관이다. 미국에서 재무부는 국내외 재정정책을, 상무부는 대외 무역정책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재무장관에 지명된 이는 스티븐 므누신 듄캐피털매니지먼트 회장. 그는 골드만삭스 채권 트레이딩과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신용평가 사업부를 거쳐 2004년 듄 캐피털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채권과 부동산 투자 전문가다. 눈에 띄는 경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한 인디맥 은행을 1억5000만 달러에 인수한 뒤 2014년 CIT그룹에 3억4000만 달러를 받고 매각, 1억9000만 달러의 차익을 남긴 일이다.

상무장관 지명자는 사모펀드인 WL로스 앤 컴퍼니의 윌버 로스 회장이다. 로스차일드 구조조정 펀드 사장을 역임한 후 WL로스 앤 컴퍼니를 운영해왔다. 대표적인 투자 사례는 2002~2004년 미국 철강 인수ㆍ합병(M&A)이다. 파산한 5개 철강업체를 M&A해 미국 최대 철강업체 인터내셔널 스틸 그룹(ISG)을 설립한 뒤 2005년에 미탈 그룹에 매각했다. 사양산업 투자에 정통한 벌처 투자자로 손꼽힌다.

두 장관 내정자는 유능한 투자자이지만 비판도 많이 받는다. 스티븐 므누신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피해를 본 서민의 등골을 빼 먹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윌버 로스는 피도 눈물도 없는 기업사냥꾼으로 평가된다. 특히 윌버 로스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시절 ‘한국 사냥꾼’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두 사람을 주목해야 하는 건 이들이 미국의 경제정책을 좌우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철학과 정책 방향성을 안다면 투자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단 윌버 로스 상무장관의 성향을 보자. 그의 투자 전략은 미국 사양산업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고 구조조정을 진행, 기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고가에 매각하는 거다. 이 때문에 주로 해당 업종의 순이익률이 종전보다 급락한 산업에 주목하는 게 좋다.

현재 미국에서 과거 10년 평균보다 낮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업종은 에너지, 은행, 철강ㆍ금속 등이다. 바꿔 말하면 이들 업종이 트럼프 정부의 수혜를 받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번엔 스티븐 므누신과 윌버 로스 두 사람에게 공히 나타나는 성향이다. 둘은 월스트리트 내부자이며 위험 투자로 자산을 축적했다.

스티븐 므누신은 채권과 부동산 시장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왔고, 원웨스트 뱅크(인디맥의 후신) 회장을 맡아 모기지 파생상품을 다뤄본 경험이 풍부하다. 윌버 로스는 오랜 M&A 경험으로 차입 매매에 능하다. 트럼프 당선인도 디벨로퍼로서 차입 매매를 사업에 활용해온 만큼 금융규제를 좋아할 리 없다. 

재무장관 지명 보도자료에서도 이런 시각은 잘 드러난다. 트럼프 당선인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를 “인디맥 뱅크를 16억 달러에 인수한 후 매우 전문적으로 경영한 뒤 34억 달러에 되판 사람”이라면서 “내가 나의 내각에 원하는 그런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감안할 때 트럼프 당선인이 주장해왔던 금융규제 완화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상 조치는 도드-프랭크법(Dodd-Frank Rule) 폐지다. 도드-프랭크법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마련한 금융개혁법안이다. 법안의 골자는 주요 금융회사 규제ㆍ감독 강화, 금융감독기구 개편, 주요 금융회사 정리절차 개선, 금융지주회사 등에 관한 감독 강화,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이다.

▲ 미국의 새 경제정책이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사진=뉴시스]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해 금융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구나 주택 소유율 제고는 대선 당시부터 트럼프의 공약이었다. 이에 더해 연방주택국(FHA)은 융자 보험료 인하 혹은 국책 모기지 기관의 개런티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이다.

도드-프랭크법 폐지는 모기지 규제 완화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미국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있지만 주택 보유율은 하락세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5%대 이하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가 금융규제 완화로 모기지 대출을 확대할 경우 이를 반길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결국 스티븐 므누신과 윌버 로스는 미국의 에너지, 은행, 철강ㆍ금속 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정책은 물론 부동산 가격을 높일 정책들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따라서 해당 분야와 밀접한 분야에서 투자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yh.kim@shinhan.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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