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

문창기(54) 이디야커피 대표이사 회장은 올해를 잊지 못할 것 같다. 3월엔 서울 강남에 신사옥을 마련해 토종 커피 명가의 위상 재정립을 꾀했다. 8월 말에는 2000호 매장인 ‘용인신갈점’을 오픈해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 최다 매장 보유 기록을 경신했다.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2020년까지 매장 3000개, 매출 1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도 올해 했다.

▲ 문창기 회장은 “외부 고객뿐만 아니라 임직원을 비롯한 내부고객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뉴시스]
“해외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대한민국 토종 대표 커피 브랜드로서 국내 커피 문화를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문창기 회장의 꿈은 이처럼 야무지다. 인수 12년 만에 이디야커피를 ‘토종 커피 대표 브랜드’로 키워냈다는 자부심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스타벅스가 해외합작 고가 커피전문점의 대표주자라면 이디야커피는 토종 저가 커피전문점의 대표주자쯤 된다는 생각이 세간에 많이 퍼져 있다. 커피전문점 시장을 각자의 영역을 통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이디야커피와 업계 최강자 스타벅스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국내 커피 소비시장은 크게 봐서 원두커피와 인스턴트 커피, 커피 음료, 커피전문점 등 4개 분야로 나뉜다. 이중 커피전문점 시장이 전체의 절반 상당일 정도로 크다. 최근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연 3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체 커피 시장은 6조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불경기에도 국내 커피 시장은 최근 몇년간 연 평균 10% 전후씩 커져 왔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2만개가 넘으며,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만도 30만명 이상이라고 한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경쟁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길거리에는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이디야,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탐앤탐스, 드롭탑, 파스쿠찌, 커피빈, 폴바셋, 빽다방 등 커피 브랜드가 즐비하다. 고가 커피 브랜드인 스타벅스와 커피빈, 폴바셋은 물론 이디야와 빽다방 등의 중저가 커피 브랜드가 뒤섞여 혼전을 벌이고 있다. 저마다 다른 가격과 맛, 매장 문화 등을 내세우며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커피업이 사람의 입맛과 문화를 직접 다루는 ‘라이프(Life) 산업’이란 점 때문에 경쟁 양상은 복잡하고 미묘하다. 

문 회장이 이끄는 이디야커피는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는다.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고 매장 수도 지난 8월 말 2000개를 넘겨 업계 최다 매장 보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신사옥을 마련해 임직원과 가맹점주들에게 한국 대표 커피브랜드로 거듭나자는 당부도 했다. 회사 창립 15년, 회사 인수 12년 만에 마련한 단독 사옥이다.

1~2층에 1650㎡(약 500평) 규모의 ‘이디야 커피랩(EDIYA COFFEE LAB)’이란 공간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국내 최대 커피연구소를 운영해 맛과 품질을 높이고 고객들이 다양한 커피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사옥 오픈 때 문 회장은 ‘이디야 비전 2020’도 발표했다. “5년 후인 2020년까지 매장 3000개, 매출 1조원을 목표로 뛰겠다”는 게 골자다. 내년부터는 해외진출에도 신경 쓸 계획이다.

그가 2004년에 생긴 지 3년밖에 안 된 무명의 신생 커피 프랜차이즈 이디야를 인수하고 나서 사업이 곧바로 잘 된 건 아니었다. 인수 당시 80개 정도였던 매장은 2010년까지도 500개에 못 미쳤다. 인수 후 5~6년간은 겨우 월급만 챙겨갈 정도로 사업은 그저 그랬다.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 들어서다. 대형 커피전문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커피 시장에 ‘합리적 소비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게 주효했다. 아메리카노 가격이 2000원대 중반이던 이디야 커피가 큰 인기를 끈 건 어쩌면 당연했다.

커피전문점 시장 ‘춘추전국시대’ 

 거품을 뺀 관계로 점포 창업비용이 기존 대형점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해 가맹점이 급증했다. 2013년 11월 1000호점, 2015년 3월 1500호점, 올해 8월 말 2000호점 돌파라는 업계 1위 기록을 연달아 세웠다. 2000번째 매장인 ‘용인신갈점’은 2001년 1호점 ‘서울중앙대점’을 낸 지 15년 만에 오픈했다. 최근 3~4년간 매출도 연평균 50% 넘게 늘어났다. 매출은 지난해 1355억원으로 올라섰고 올해는 15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그래픽 참조). 가맹점 위주여서 직영점 방식으로 매출 집계를 할 경우 올해 5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문 회장은 한마디로 ‘실속 전략’을 줄기차게 고집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착한 가격과 소규모 점포 전략이 그것이다. 그는 “품질 좋고 맛있는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다”는 방침을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긴다. ‘합리적인 가격’이란 소비자들에게는 ‘저가低價’로 통한다. 아메리카노의 경우 고가 커피전문점보다 30~40% 정도 싼 2000~3000원에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싸고 맛도 있는 커피를 찾는 직장인이나 대학생 고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최근 1000~2000원대의 초저가 커피 제품이 경쟁에 합류하면서 상황이 좀 달라졌다. 이디야커피 제품에 ‘중저가’란 타이틀이 붙게 된 것.

이디야커피가 어느새 고가 제품과 초저가 제품 사이에 끼게 됐다는 얘기다. 이디야커피의 정체성과 가격 정책에 혼란을 줄 수 있으며 장래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그래서 나온다. 지금의 중저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과연 성장 전략에 올인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소규모 매장 전략은 가맹점주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점포 경영 실패율도 낮춰주는 이중효과를 낳았다. 이디야커피 매장은 16m²(약 5평) 정도의 작은 규모가 대부분이다. 넓어도 66m²(약 20평)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결과, 상위 급 커피 전문매장의 평균 폐점률이 약 10%인데 비해 이디야는 폐점률 1%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디야 점주들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얘기다.

문 회장에게 이디야 성공 요인을 물어보면 “내부 고객(임직원)과 외부 고객(가맹점주 및 일반 소비자)의 만족을 끝없이 추구한 덕분”이란 답변이 돌아온다. 우선 임직원들에게 자고 일어나면 “회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해주려 한다.

해외 단합모임을 갖겠다는 약속을 거의 해마다 지키고 있다. 직원들이 신사옥에서 원가 7000원 상당의 식사를 삼시세끼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난히 젊은 직원들이 많아서다. 책값을 지원해 매달 독후감도 써내게 한다. 직원들의 지적 능력을 높이고 이를 수평적 소통 채널로도 활용하고 있다. 복지가 좋고 초임이 비교적 높아 최근 27명을 뽑는데 1만100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가성비 앞세운 저가정책으로 성공 

그는 “상생의 정신을 바탕으로 바르고(正), 사랑으로(愛), 즐겁게(樂) 회사를 운영한 게 잘 어우러져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고도 밝힌다. 그는 “얄팍한 속셈, 얕은 꾀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까지 가맹점주가 투자 원금을 손해 본 사례는 거의 없다고 자부한다”는 말도 했다. ‘이디야(EDIYA)’는 커피 발상지인 에티오피아 부족명인 동시에 대륙의 유일한 황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디야커피가 변화무쌍한 국내외 시장에서 최고의 커피 브랜드로 우뚝 서게 될지 미래가 주목된다.
성태원 더스쿠프 대기자 lexlov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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