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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동맹 3년 후가 더 걱정현대상선의 불투명한 미래
[220호] 2016년 12월 21일 (수) 07:48:45
김정덕 기자 juckys@thescoop.co.kr

▲ 현대상선이 2M과 해운동맹을 맺었지만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많다.[사진=뉴시스]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 2M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죽을 고비를 넘겼다”면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고 자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랭하다. 2M과 맺은 협력기간 3년 동안 현대상선을 둘러싼 환경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 때문일까.

“반쪽짜리 가입이다.”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현대상선이 지난 11일 2M(세계 1ㆍ2위 해운선사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해운동맹)과 마무리 지은 협상을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현대상선은 이날 2M과 ▲아시아-유럽, 아시아-미국 동부 노선은 선복(여객을 탑승시키거나 화물을 싣도록 구획한 장소)을 구매하는 ‘선복매입(Slot Purchasing)’, 아시아-미국 서부 노선은 선복을 1대1 교환하는 ‘선복교환(Slot Exchanging)’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3년이다.

논란거리는 크게 두가지. 하나는 이번 2M 가입에 선복공유가 포함됐는지, 또 하나는 현대상선이 신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지 여부다. 먼저 선복공유 논란을 이해하려면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한 해운사가 모든 국가를 다니면서 화물을 운송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비용도 많이 들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자신의 수송능력보다 더 많은 화물을 운송하려면 다른 해운사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 그게 바로 ‘해운동맹(얼라이언스)’이다.

협력 방법으로는 다른 해운사와 계약을 통해 선박공간 일부를 빌려 화물을 운송해달라고 하는 ‘선복교환(slot exchange)’, 한 노선에 화물이 많을 경우 여러 정기선사(정기 노선을 가진 해운사)가 선박을 나눠 운송하는 ‘선복공유(vessel sharing)’ 등이 있다. 중요한 건 선복을 공유해야 영업 범위와 노선을 넓힐 수 있고, 운임수입도 늘며, 선복 교환도 원활히 이뤄진다는 점이다. 선복공유가 해운동맹의 핵심인 셈이다.

그런데 현대상선과 2M의 이번 협상에선 선복공유가 빠졌다. ‘반쪽짜리 가입’ 논란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실제로 ‘반쪽’을 증명하듯 “계약기간인 3년이 지난 후에 현대상선의 재무구조와 유동성이 개선된다면 정식 해운동맹이 가능하다”는 조건까지 붙어 있다. 한종길 성결대(동아시아물류학) 교수는 “현대상선이 2M과 맺은 ‘전략적 협력관계’는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방식이지만 해운동맹과는 엄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물론 2M(약 600만 TEU)에 비해 현대상선의 수송능력(약 50만 TEU)이 터무니없이 적어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한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채권단인 산업은행 측은 “선복공유는 해운동맹 내 선박의 경쟁력에 따라 나오는데, 2M 선박의 경쟁력이 워낙 높아 한진해운이나 일본 선사들이 협상하더라도 현대상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상선 역시 “협력 형태의 문제인데, 이걸 두고 반쪽짜리 운운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는 신규 선박 건조 가능성 논란이다. 협상 내용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M과 함께 영업하는 아시아-미주ㆍ유럽 노선에 2M의 동의 없이 선박을 투입할 수 없다. 2M과 별개로 영업하는 벌크선과 단거리 중심의 소형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는 건 가능하지만 원양 컨테이너선을 늘리는 건 힘들다.

두 논란거리(선복공유와 선박건조 가능성)가 중요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해운동맹 가입은 현대상선 자율협약의 전제조건 중 하나였다.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감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해운동맹 가입을 ‘현대상선 지원’의 전제로 내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이번 협상이 해운동맹으로 정식 인정받지 못하면 채권단으로선 원칙적으로 추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3년 후 현대상선 미래 불투명

하지만 채권단(산업은행)은 이번 협상을 해운동맹으로 인정했고, 지난 12일 현대상선에 3000억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이 롱비치터미널 등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또한 산업은행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자금도 적기에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대상선이 2M과의 계약기간(3년) 안에 경쟁력을 키워 협상에서 동등한 지위를 얻거나 다른 해운동맹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현대상선의 진짜 문제는 2M과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3년 후에 나타날 것”이라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뼈아픈 것은 아시아-미주ㆍ유럽 노선에 선박 투입이 제한돼 있다는 거다. 다른 항로에는 선박을 투입할 수 있지만 화물을 잡아놓지 않은 상태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가장 중요한 건 현대상선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춰 3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현재 일본과 대만 업체들도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상황이다. 현대상선만 빼고  거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3년 후에 과연 어떤 해운동맹에서 현대상선을 끼워주겠는가. 자칫하면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조건으로 협상해야 하거나 해운동맹에서 완전히 배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회사를 살리고 일감을 따내야 하는 현대상선으로선 2M과의 협력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향후 그 선택이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을 반대할만한 상황도 아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현재 국적 정기선사는 현대상선 하나다. 현대상선마저 무너지면 수출기업들은 외국 선사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운임폭탄을 맞을 게 분명하다. ‘국적 선사’를 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현대상선발 리스크까지 준비해야


이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인현 한국해법학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운송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 “화주들이 화물의 안전한 수송에 의문을 갖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해운정책과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량 화주들이 우리 정기선사에 가능한 한 많은 화물 운송을 의뢰하도록 하는 유인책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전형진 센터장은 “정부가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일어났을 때에도 원칙을 고수한다면서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최근 정부가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걸었지만 역시 뒤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처럼 정부가 3년 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현대상선발 리스크는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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