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표 경제정책 살펴보니…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되레 악화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의 일침이다. 전 교수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국 경제의 뒷걸음질은 지표, 심리 등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남탓만 늘어놓고 있다. ‘경제 위기는 노동자들 파업 때문’이라는 이상한 말까지 남겼다. 역대 최악의 게이트에 휘말리며 표류 중인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과연 어떤 성과를 냈을까.

▲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을 '실패했다'고 평가한다.[사진=뉴시스]

“하루속히 처리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 “규제를 철폐하고 민생을 살리는 법안을 국회에 조속히 처리해주셔야 정책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 “중요한 경제활성화 법안들이 수년째 처리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돼 있어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가는 심정이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읍소했다. 유난히 박근혜 정부는 입법을 요구하거나 정책을 밀어붙이는 일이 잦았다.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민생 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을 전개했을 정도다. 일부의 반대 의견에도 모두 경제를 살리겠다며 관철한 정책들이다. 이런 박근혜표 정책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구조조정 위해 꼭…”= ‘원샷법(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인 조선ㆍ해운ㆍ철강 업계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꺼낸 카드다. 기업들이 상법ㆍ세법ㆍ공정거래법에 규정돼있는 사업구조 재편 절차를 특별법 형식으로 ‘한번에 처리한다’는 의미에서 ‘원샷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친親기업법’ ‘재벌 특혜법’이라는 반대 논리에도 올해 1월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정부는 ‘원샷법’이라는 그토록 원하던 무기를 얻었으니 구조조정 플랜을 순조롭게 진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해운산업은 침몰 위기다. 한진해운 청산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고 현대상선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이 회사는 세계 1ㆍ2위인 머스크와 MSC가 연합한 해운동맹 2M 정식 가입을 노리다가 ‘전략적 협력’이라는 반쪽짜리 성과만 거뒀다. 조선업은 올해 1〜11월 수주량이 163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전년 동기(1030만CGT) 대비 15.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산업도 마찬가지다. 유가나 원자재가 하락의 혜택을 본 대기업들은 올해 깜짝 실적을 냈지만 중소업체들의 아우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2ㆍ3위 철강업체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나란히 원샷법 승인을 받기는 했다. 하지만 업계 구조조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이번에 승인받은 내용은 단강 제조설비 매각건이다. 현대제철은 단강 생산용 전기로를 팔고, 순천 공장으로 일원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강은 공급과잉 강종이 아니고, 현대제철의 전기로 매각으로 인한 구조조정 효과가 미미하다.

원샷법, 구조조정 만능열쇠인가

동국제강은 후판 공장 매각건을 승인받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가동을 중단했던 설비다. 후판 공급량의 변화는 없다는 거다. 윤석헌 전 숭실대(금융학부) 교수는 “원샷법 통과로 업계의 자율적 구조조정을 독려할 수 있다는 정부의 전망은 빗나갔다”면서 “여전히 정부는 큰 밑그림 없이 주먹구구식의 산업계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중”이라고 꼬집었다.

■“청년 취업 위해 꼭…”= 박근혜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대표적인 게 ‘청년희망펀드’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호 기부자’로 2000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1000억원이 넘게 모였다. 하지만 재단 지원을 받은 청년 구직자 1만1305명 중 취업으로 연결된 구직자는 561명(올해 8월 기준)에 그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년내일찾기패키지(취업성공패키지)ㆍ케이무브 같은 청년고용대책이 가동 중이다. 예산도 제법 투입했다. 정부는 매년 13개 부처에서 2조원 넘는 돈을 57개 청년일자리 사업에 쏟아붓고 있다.

문제는 성과다. 2014년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사업으로 취업한 4만3372명 중 절반 이상인 2만3117명이 월급 150만원 이하의 저임금 일자리에 취업했다. 1년 이상 고용돼 일한 사람은 45.5%, 2년간 일한 사람은 24%에 불과했다. 청년실업률 수치는 더 절망적이다. 11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8.2%로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 정책이 ‘헛발질’만 한 셈이다.

 
■“증세 없는 복지 위해 꼭…”= 2013년 9월 통과된 기초연금법.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법안에선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10만~20만원을 차등지급하기로 했다. 공약이 대폭 후퇴한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기초연금 수급률은 올해 6월 기준 66.1%에 불과하다. 제도 시행 2년 동안 67%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3월 한번뿐이었다. 줄곧 66%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년 초에는 어린이집 교사 월급과 운영비가 부족한 ‘보육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정부가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누리과정(만 3~5세 보육사업) 예산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면서다.

결국 정부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꺼낸 법안 대부분은 무용지물이 됐다. 대신 재계는 주요 산업 구조조정 실패라는 상처를 떠안게 됐다. 국민들은 막대한 가계 부채에 짓눌려 있다. 그 와중에도 정부는 ‘노동개악’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노동개혁의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꼬집었다.

“글로벌 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으니 우리 경제도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우리나라 경제가 오히려 악화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경제를 잘 이끌어야 할 정책을 펼치고 나아가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역으로 후퇴하고 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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