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최대어 성적표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힌 기업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이다. 신규 상장기업 중 공모가 대비 수익률을 내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기업의 상장 성적표에는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대기업의 계열사라는 후광을 등에 업고 상장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진 못했기 때문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은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혔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올 하반기 코스피 시장에 신규상장한 기업은 총 8곳이다. 그중 공모가보다 높은 시초가를 기록한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JW생명과학 등 3곳. 이 가운데 14일 기준 주가가 공모가 대비 상승세를 올린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이 유일하다.

꽁꽁 얼어붙은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그나마 체면치레에 성공한 기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 두곳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하반기(12월 14일 기준) 상장 기업의 공모가 대비 수익률 평균은 -8.35%.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두산밥캣의 수익률은 각각 5.51%, 18.50%에 달했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김형수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바이오 항체 전문의약업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년 이상의 장기계약과 최소 주문 수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 중”이라며 “현재 전체 수주총액(약 29억 달러ㆍ약 3조4292억원) 중 27억 달러(약 3조1927억원)의 항체의약품을 2028년까지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실적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유재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장비업체 두산바캣은 북미 건설시장 성장과 고수익 콤팩트 트랙 로더(CTL) 매출비중 확대, 유럽지역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이익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환율까지 우호적이라 내년 안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장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반기 공모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다. 삼성그룹이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데다 6월 호텔롯데의 IPO가 무산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10년 만에 제약기업의 상장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청약 경쟁률이 45.34 대 1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전 제일모직과 삼성SDS의 경쟁률이 각각 194.9 대 1, 134 대 1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기대치를 밑도는 수치임에 틀림없다. 청약을 신청한 기관의 보호예수 물량도 7.4%에 불과했다. 주가도 하락세를 걷고 있다. 11월 14일 17만5500원으로 최고치를 찍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거듭, 지난 14일엔 14만3500원으로 처음으로 상장 시초가를 밑돌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기업의 이슈보다는 주식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두산밥캣도 ‘흥행 실패’라는 굴욕을 맛봤다. 희망공모가를 4만1000~5만원에서 2만9000~3만3000원으로, 공고금액을 2조원대에서 8700억~9900억원대로 낮췄음에도 이 회사의 공모주 청약은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11월 9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경쟁률은 0.29 대 1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밥캣 상장에 따른 큰 폭의 재무구조 개선을 기대했지만 시장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면서 “공모물량과 희망 공모가를 어쩔 수 없이 줄여야 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최순실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나빠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 공모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친 것은 사실”이라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계속되는 적자, 두산밥캣은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상장이라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투자자가 기업의 이름값보다는 실적과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면서 “하반기 IPO 최대어로 불린 두 기업의 실적이 부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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