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형 호텔 투자 주의보
분양형 호텔이 저금리에 지친 투자자를 유혹하고 있다. 광고 문구도 화려하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으니, 숙박 수요도 넘쳐날 게 뻔하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분양형 호텔 투자는 고려할 게 많아서다.
“월 300만원씩 통장에 따박따박, 연 16% 평생 임대료 보장, 전국 객실 가동률 1위.” 분양형 호텔 사업자가 고객을 끌어 모으기 위해 광고한 내용이다. 사실과 거리가 먼 거짓 광고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거짓ㆍ과장광고를 한 호텔 분양업체 13개를 적발해 시정명령을 했다.
일반적으로 확정수익을 보장하는 기간은 1~5년 안팎이다. 하지만 이들은 수익보장 기간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또한 수익률을 실제보다 크게 발표하거나 분양받은 사람이 내야 할 취득세를 반영하지 않는 수법으로 수익률을 부풀렸다. 이뿐만이 아니다. 분양 호텔 주변에 다른 숙박시설이 있는데도 해당 호텔이 관광객 숙박수요를 독점할 수 있는 것처럼 과장했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분양형 호텔에는 등급이 부여될 수 없는데도 ‘특급 호텔’이라는 표현을 썼다. ‘객실 가동률 전국 1위’라는 문구에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도 넘은 분양 광고가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분양 보도자료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이들 대부분 ‘높은 수익률’을 장담한다. 하지만 모두 지키기 어려운 약속일 뿐이다. 특히 분양형 호텔 시장이 이런 약속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정위가 ‘투자주의보’까지 내렸을 정도다.
분양형 호텔은 객실을 분양받으면 운영업체가 대신 관리를 하고, 투자자는 객실 가동률에 따라 매달 이익을 나눠 갖는 구조다. 세입자를 1~2년에 한 번씩 구하는 일반 수익형 부동산과는 다른 방식이다. 결국 매일 호텔을 찾는 사람이 많아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저금리 상황에서 딱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는데다 투자규모가 작아 최근 인기를 끌었다.
분양형 호텔 붐은 특히 제주도에 몰렸다. 2014년 2만900개였던 객실 수가 지난해 2만5345개로 21.2% 증가했다. 반면 관광객 수 증가율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제주도 관광객 수는 2014년 1227만명에서 지난해 1366만명으로 11.3% 증가하는데 그쳤다.
객실이 늘어나고 관광객이 줄면 객실 가동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제주도 분양형 호텔 객실 가동률은 2013년 74.8%에서 지난해 67.7%로 급감했다. 객실 가동률은 수익률과 직결되는 만큼 이는 큰 리스크다. 더군다나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우리나라를 찾는다는 보장도 없다.
분양형 호텔 공급과잉
그런데도 과장ㆍ허위광고는 오히려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수도권과 제주ㆍ강원지역에서 공급되는 분양형 호텔은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광고에 혹하지 않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분양형 호텔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분양형 호텔 광고에 가장 솔깃한 콘셉트인 ‘확정 수익률’을 보자. 확정 수익률이란 말 그대로 분양을 받을 당시에 확정적으로 얼마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보장 기간이 끝난 후에도 이 수익률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호텔 영업이 부진하면 수익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호텔은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수요 차이가 심하다. 이 과정에서 분양업체와 수분양자와의 법적인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확정 수익률의 함정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분양형 호텔은 일반적인 부동산 매물이 아닌 만큼 처분을 하려고 해도 매수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매수자가 나타나도 문제다. 소유권 등기가 공유지분 등기로 설정했다면 재산권 행사를 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공유지분 등기는 등기부등본에 구체적인 호수가 정해져 있지 않고 ‘200분의 1’과 같은 형태로 지분만 표시된다. 이 경우 공동소유로 묶여 있어 공유지분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매매가 가능해 재산권 행사에 불리하다. 계약할 때 등기 방식을 구분 등기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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