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위의 자본주의」

패션에 가려진 자본주의

루이뷔통, 크리스찬 디올, 지방시, 겐조, 마크 제이콥스. 서로 경쟁 관계인 듯한 이들 브랜드는 사실 ‘LVMH’라는 하나의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패션 업계는 이처럼 다수의 브랜드를 보유한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움직인다. 이 책은 패션 업계의 ‘독점’이 얼마나 심각한지 꼬집고, 이윤 추구를 위해 어떤 불법과 착취가 이뤄지고 있는지 파헤친다.

 
저자는 먼저 패션과 미디어의 유착관계을 지적한다. 패션 업계는 자신들의 상품을 전설로 만들기 위해 미디어를 활용한다. 패션 미디어는 대다수의 사람이 평생 입어보지 못하는 옷을 전시하고, 브랜드에 금가루를 뿌려 패션에 지위를 부여한다.

오늘날 패션 미디어는 나팔수 역할을 할 뿐 패션 업계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다. 패션 미디어가 몇몇 대기업의 소유인데다 광고나 협찬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잡지와 브랜드의 공생관계로 저널리즘은 사라지고 지루한 아첨꾼만 남았다고 비판한다.

감시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패션 업계는 더욱더 자본주의를 좇고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다. 의류 산업은 대부분 인건비가 저렴하고 민주주의가 발전하지 못한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이뤄진다. 유행 주기가 짧고 값이 싼 패스트 패션이 등장한 이후 노동자를 착취하는 경영은 더 심화됐다.

최고라고 추앙받은 명품조차 노동비용이나 생산방식을 감춘 채 자신들을 신격화한다. 저자는 노동착취 없이 만들어진 옷은 없다고 단언한다. 업계에 가격 후려치기가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노동착취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아니라 들통났느냐 그러지  않았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살벌한 패션의 세계에서 소비자는 과연 안전할까. 저자는 소비자가 왕이 아니라 노예라고 말한다. 미디어를 통한 명성, 화려한 패션쇼와 상점이 만든 거짓신앙에 속은 소비자는 기업에 방대한 이윤을 주는 수단이자 신용카드의 노예라는 거다.

더 큰 문제는 패션 산업의 편협성이다. 패션은 스스로를 개성 표현의 수단이자 방법이라 고 홍보하지만 실상 다양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세계다. 단적인 예가 여성 신체 사이즈와 외양을 대하는 방식이다. 패션이 만든 이상형은 여성이 외양을 가꾸는데 시간과 돈을 소비하게 만든다. 저자는 미美의 형태가 하나뿐이라는 생각과 이를 선전하는 시스템이 함께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아름다움은 판에 박은 듯 똑같은 게 아니라 본질적으로 개성이라고 인식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부조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자본주의를 실패한 시스템으로 보는 저자는 사람들을 육체적, 정신적, 영적, 예술적 불구로 만드는 자본주의를 정복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꼬집는다. 옷차림에서 드러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직시해야 한다는 일침이다. 

세가지 스토리

「명언, 그거 다 뻥이야. 내가 겪어보기 전까지는」
권수구ㆍ흔들의자 지음 | 흔들의자 펴냄

명언은 사리에 맞는 훌륭한 말, 널리 알려진 말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유명인이 한 말일 수도 있고, 평범한 누군가가 살면서 깨달은 진리일 수도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언은 사람들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너무 뻔하고 흔해서 질린 명언도 많다. 이 책은 35년차 카피라이터의 위트와 정감 있는 2행시를 담은, 세대를 관통하는 유쾌한 명언집이다.

 
「전문가의 독재」
윌리엄 이스털리 지음 | 열린책들 펴냄

한 나라를 발전시키는 진정한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요인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왜 사라지게 됐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발전은 개인의 권리가 자유롭게 행사될 때 일어난다고 말한다. 또 독재자 집권기에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의 역사와 정반대로 발전에 독재 권력은 필요없다고 강조한다. 독재는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발전을 가로막을 뿐이라는 거다.

「미식가의 허기」
박찬일 지음 | 경향신문사 펴냄


스스로를 B급 주방장이라고 말하는 박찬일 셰프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박찬일 셰프의 맛있는 미학’을 엮은 책이다. 먹고 사는 일이 사람의 본질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의 주방장으로서 보고, 느끼고, 만져본 이야기를 담았다. 재료를 생산하는 농부와 어부, 산꾼에 대한 기록이자 그 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수많은 주방노동자에 대한 애정이 담긴 에세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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