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거꾸로 보는 오페라 | 행복한 착각

▲ 로시니의 작품 ‘행복한 착각’은 훗날 그가 보여준 대작들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 ni)를 평가하는 사례 하나. 1942년은 작곡가 로시니의 탄생 150주년이자 소설가 앙리 벨르(Henri Beyleㆍ필명 스탕달) 서거 100주년이었다. 두 사람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는데, 앙리 벨르는 로시니의 생애를 책으로 쓰기도 했다. 책에 따르면 로시니는 언제나 작품 안에서 에너지가 가득했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쳤다. 그는 로시니를 ‘음악의 볼테르’라고 칭했다.

로시니를 평가하는 사례 둘. 철학가 쇼펜하우어는 음악적 견해가 뚜렷했다. 그는 로시니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하늘을 쳐다보곤 했다. “나는 모차르트를 사랑해. 그리고 베토벤의 심포니가 연주되는 어디든지 달려가지. 그런데도 로시니의 음악에 익숙해지면 다른 모든 음악은 무겁게 느껴져.”

그는 로시니의 모든 작품을 플루트로 편곡해 매일 연주하곤 했다. 로시니의 음악은 쇼펜하우어에게 음악 이상의 의미였다. 그에겐 로시니의 음악이 곧 ‘치유’였다. 수없이 많은 작곡가의 음악 중 그 자체에 유머가 존재하는 건 흔치 않았다. 로시니의 음악은 문외한이 들어도 신이 났다. 말발굽 소리와 시원한 바람소리가 들려오고 듯한 그의 오페라 서곡은 독보적이었다.

로시니의 ‘행복한 착각(L’inganno felice)’은 코믹오페라(Buffa)다. 하지만 코믹 요소는 부수적이다. 로시니는 코믹한 장면과 드라마틱한 장면을 동시에 전개시키며 인물의 성격에 맞게 자신만의 스타일을 부각했다. ‘행복한 착각’은 그의 대표작 탄크레디(Tanc redi)의 바로 직전 작품이다. 훗날 그가 보여준 대작의 서막을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광산이 보이는 언덕 입구, 광부들의 우두머리인 타라보토의 집이다. 10년 전 그는 조카라고 속이고 가난한 여인 니사를 데려왔다. 그녀는 사실 광산주인인 공작의 옛 부인 이사벨라였다. 하지만 오르몬도와 바토네의 계략 탓에 공작부인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라보토는 일부러 공작이 이사벨라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오르몬도와 바토네 역시 자신을 죽이려 했던 옛 주인 마님을 알아본다. 공작과 이사벨라는 타라보토의 계획대로 서로를 알아보고 매우 당황한다. 그러던 중 타라보토는 오르몬도와 바토네의 비밀스러운 대화를 엿듣게 된다. 그들은 죽은 것으로 알려진 공작부인과 너무도 닮은  여인을 납치할 계획을 세운다. 과거 살인하려 했던 사실이 탄로 날까 두려워서다.

바토네는 죄를 뉘우치지만 타라보토의 질문에는 자백을 피한다. 대신 공작에게 가서 “누군가 타라보토의 조카에게 해를 끼치려 하고 있다”고 알린다. 바토네에 이어 오르몬도 역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이사벨라가 공작부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르몬도의 자살을 막고, 이사벨라는 다시 공작과 결혼한다. 
김현정 체칠리아|성악가(소프라노) sny409@hanmail.net|더스쿠프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