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프리존 문제점➋ 의료 영리화

▲ 규제프리존법이 통과하면 의료영리화로 가는 지름길이 열리는 셈이다.[사진=뉴시스]
대형병원에 옷가게가 생겼다. 수익을 내기 위해선 환자가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병원은 환자를 유치하는 데 힘을 쏟는다. 작은 병원은 경쟁력을 잃고, 의료 생태계가 무너진다. ‘규제프리존법’이 불러올 의료업계의 미래 자화상이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을 쏟았다간 큰코다칠지 모른다.

“규제프리존법은 의료영리화법이나 다름없다.” 지난 5월 30일 발의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규제프리존법)’을 두고 의료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규제프리존법을 발판으로 의료영리화가 물꼬를 틀 가능성이 높아서다. 갑론을박이 가장 뜨거운 조항은 ‘제43조 의료법에 관한 특례’다. 내용은 이렇다. “규제프리존 내 의료법인은 의료법으로 정한 부대사업 외 시ㆍ도의 조례로 정한 부대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현재 의료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부대사업은 장례식장과 주차장 정도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프리존 내 병원엔 서점의류점미용실건강식품 사업 등이 둥지를 틀 수 있다. 의료서비스 외 수익사업을 통해 해당 의료법인의 수익성을 키우고 성장 기반을 마련해주겠다는 건데, 무엇 때문에 논박이 벌어지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본업인 의료서비스보다 부업인 부대사업에 관심과 투자가 집중될 공산이 커서다. 의료서비스가 부대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단적인 예가 외래환자(입원환자가 아닌 통원하는 환자)를 늘리는 것이다. 유동인구를 늘려 부대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굳이 방문할 필요가 없는 환자를 부르게 된다는 얘기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우리나라 병원들은 외래환자를 지나치게 많이 부르는 편인데, 부대사업을 확장하면 문병객과 외래환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환자 수, 문병객 수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면서 “되레 안전과 위생에 취약할 수 있는데, 메르스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큰 문제는 부대사업 확대가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격차를 더 벌려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부대사업으로 수익이 늘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거라는 얘기다. 실제로 과거 몇몇 종합병원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했다가 공정거래 위반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 규제마저 완화되면 의료생태계는 무법지대가 될 공산이 크다.

소수 법인을 수호하는 법안

또다른 문제점은 이 법이 지역경제의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병원이 부대수익을 위해 외래환자를 늘리면 가계의 의료비 지출은 증가할 것이고, 이는 가처분 소득 감소,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면서 “이는 의료산업 성장과는 전혀 무관하며 단지 몇몇 소수 법인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한 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역주민을 돈벌이 대상으로 본다고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다”면서 “규제프리존법은 의료산업의 안전성과 효율성, 윤리의식을 모두 무시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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