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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됐는데 담을 그릇이 없네삐걱대는 인터넷전문은행
[221호] 2016년 12월 29일 (목) 13:58:38
강서구 기자 ksg@thescoop.co.kr

24년 만에 새로운 유형의 은행이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국내 금융산업에 ICT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법안은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새 은행은 출범을 앞두고 있는데, 관련법이 정비되지 않은 셈이다. 밥은 됐는데, 담을 그릇이 없다는 거다.
   
▲ 금융위원회가 15일 우리나라‘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의 은행법 본인가를 승인했다.[사진=뉴시스]

“또다른 은행의 탄생이냐, 또하나의 은행 출범이냐.”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은행업 본인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1호 인터넷전문은행과 1992년 이후 24년 만에 새로운 은행이 탄생하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주목 받은 건 핀테크(FinTechㆍ금융기술) 열풍이 불었던 2015년부터다. 금융위가 핀테크 활성화 방안을 위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라는 카드를 꺼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4월 “지금이 제대로 된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수 있는 적기이자 호기”라며 “걸림돌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치우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6월 인터넷전문은행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허용한도를 4%에서 50% 확대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혁신성 있는 경영주체를 금융 산업으로 끌어들이겠다고 밝혔다.

   
▲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수십곳의 기업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주축이 된 ‘카카오뱅크’, KT와 우리은행이 주축인 ‘케이뱅크’, 인터파크와 SK텔레콤의 ‘아이뱅크’ 등 3곳이 예비인가를 신청했고 아이뱅크를 제외한 두곳이 낙점을 받았다.

본인가를 받은 케이뱅크는 금융결제원 지급 결제망 연계, 은행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협회 가입 등의 마무리 작업을 거쳐 내년 1월말에서 2월초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제대로 출발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50%로 확대하는 데 필수적인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걸림돌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 5개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강석진(새누리당) 의원, 김용태(무소속) 의원 등이 발의한 은행법개정안과 정재호(더민주당) 의원, 김관영(국민의당) 의원, 유의동(새누리당) 의원 등이 발의한 3개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그것이다. 개정안과 특별법은 산업자본의 대주주 지분한도를 34% 또는 50%로 높이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국회에서 낮잠 중인 관련법

문제는 이 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24일 인터넷전문은행 관련 법안이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본인가까지 받고 출범을 앞둔 상황이지만 관련 법안 통과를 위한 과정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셈이다. 정치권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이라는 기대,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대주주의 은행 사금고화 우려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

케이뱅크 관계자는 “법안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마무리 작업을 완료하면 영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본인가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며 “은행 출범과 관련해 달라진 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달성하기 위해선 증자를 통한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정으로 산업자본이 최대주주가 되지 못하면 은행이나 증권사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되지 않으면 결국 금융자본으로 자본을 확충할 수밖에 없다”며 “ICT 기업의 금융산업 진출이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취지 자체가 퇴색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조기 대선’ 등의 정치적 이슈가 등장해 법안에 관한 논의가 언제 이뤄질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정무위 관계자는 “지난 11월 법안이 안건으로 올랐지만 여야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12월 정무위 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 올해는 논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 2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의원이 은산분리 완화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뱅크, 최소한 안전장치 필요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법의 경우에도 국회를 통과하는 데 평균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실제로 시행되기까지도 몇개월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 케이뱅크, 상반기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시작해도 기존 은행보다 특별한 차별성을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라며 “내년까지는 금융과 ICT 기술을 접목해 핀테크를 발전시키겠다던 정부의 목표 실현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김상조 한성대(무역학) 교수는 지난 1일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금융위가 은행법 개정의 난항을 예상해 인터넷은행 설립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원인”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을 정치적 리스크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면 은행법 개정이든 특례법 제정이든 새정부 출범 후에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준비가 안 된 은행이 초기에 실수하면 산업 자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특례법을 제정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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