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아온 ‘용산의 봄’

10년 전, 용산 부동산 시장은 뜨거웠다. 역세권 개발사업 덕분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의 개발 프로젝트’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 사업은 사회 갈등만 남친 채 고꾸라졌고, 용산 부동산 시장은 차갑게 식었다. 그러다 최근 이 땅이 다시 꿈틀댄다. 주변 개발 사업이 일제히 추진되면서다.

▲ ‘11ㆍ3 대책’에도 용산의 아파트 가격이 나홀로 상승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용산’. 서울의 중심이다. 강남ㆍ강북 어디로든 이동이 편리하다. 한강과도 맞닿아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용산은 몇년 새 주택시장에 불었던 분양 광풍에서 떨어져 있었다. 지리적 이점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강남에만 쏠렸다. 무엇보다 서울 도시정비사업의 ‘흑역사’로 남았던 31조원 규모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좌초하면서 받은 상처가 컸다.

이런 용산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용산이 최고의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원인은 정부의 ‘11ㆍ3 대책’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서울의 분양권 청약과열의 근원지로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를 지목하고 강도 높은 규제를 실시했다. 용산은 이 규제를 피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설說만 무성하던 개발 호재들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장 기대가 되는 호재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서울 용산공원 조성 사업이다. 서울시는 미군이 평택기지로 이전을 완료하는 내년부터 용산공원을 단계적으로 조성해 2027년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243만㎡(약 73만평)에 이르는 이 공원은 ‘한국판 센트럴파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규모의 공원이라면 주변 지역은 물론 서울 전체 부동산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이밖에도 용산공원 주변으로는 캠프킴 부지(4만8000㎡ㆍ약 1만4545평)와 수송부 부지(7만7000㎡ㆍ약 2만3333평) 개발사업이 남아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국방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두 부지에 용적률 800% 이상을 적용해 고밀도로 개발한다는 목표다. 이 경우 50층 이상의 고층 빌딩숲 조성이 가능해진다.

용산역에 자리잡은 용산아이파크몰은 증축(총 34만㎡로 확장)을 통해 국내 최대의 복합한류타운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여기에 골드라인으로 불리는 신분당선 2단계(용산~강남구간) 사업에다,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신사옥 입주, 한남 외인부지 개발 등 호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되살아난 용산 부동산 시장

이뿐만이 아니다. 이태원ㆍ경리단길, 해방촌 등이 신흥상권으로 급부상하면서 국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연일 몰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명소로 떠오르자 해방촌 인근 상가(건물) 시세가 1년 새 2배가 뛰면서 현재 3.3㎡당 4000만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강남4구처럼 용산에서도 주택 재정비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요인이다. 단독주택과 빌라가 즐비한 효창동 일대와 전통 부촌인 한남ㆍ이촌지구, 2009년 용산참사가 벌어진 용산역 주변 등 총 26곳 사업장에서 재건축, 도시환경정비, 재개발 등 재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11ㆍ3 대책으로 하락세를 탄 서울 아파트 가격에서도 용산 아파트만 ‘나홀로’ 상승을 거듭하는 이유다. 용산 일대 아파트의 3.3㎡당 평균가격은 11월 기준 2427만원이다. 강남3구에 이은 4위다. 2014년 8월 바닥(2212만원)을 찍은 뒤 꾸준히 반등한 결과다. 청약시장에서도 용산은 단연 최고의 우량주다. 최근 용산구 효창동에서 분양한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는 올해 비강남권 최고 청약경쟁률(155대 1)을 기록했다. 인근 지역의 ‘효창파크 KCC스위첸’이 지난 5월 분양 당시 평균 15.24대 1의 경쟁률에 그친 것과는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강남 지역이 신규 분양에 맞춰 기존 단지 시세까지 함께 오른 것을 감안하면 용산도 이런 흐름을 탈 공산이 크다. 부동산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어 내년 신규 물량만 받쳐준다면 용산 집값은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용산 부동산에 숨은 리스크

물론 용산 부동산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내년이면 강남 부동산 규제 여파뿐만 아니라 입주물량 과잉 우려,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가라앉을 수 있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대형 프로젝트가 줄줄이 무산되면서 오랜 침체를 겪은 이력이 있는 점도 불안요소다. 물론 과거처럼 대형 개발이 전면 무산될 가능성은 적겠지만 개발은 부동산 경기 흐름을 탈 수밖에 없어 투자자 입장에선 경계해야 한다.

여기에 기본적인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주거환경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용산은 중대형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곳인데다 집값도 비싸 대내외적 여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대형 아파트 공급 과잉과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이 겹치면 용산 지역의 주택시장 전망을 장밋빛으로만 점치기 어렵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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