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의 비만 Exit | 살과 사랑 이야기

▲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인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다.[사진=아이클릭아트]
다이어트 전문가로서 필자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이든 사안을 단순히 보지 말라는 거다. 찬찬히 살펴가며 따져보면 단순한 사고의 이면에 내포된 많은 위험성을 볼 수 있다. ‘지방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마트의 버터가 동이 난 해프닝이 좋은 사례다.

열량 높은 음식의 대명사인 지방이 어떻게 체중 감량에 공헌할 수 있을까 하는 손톱만큼의 의문이 있었다면 지방 덩어리를 사러 마트로 달려가는 일은 없었을 거다. 지방으로 살을 뺄 수 있다면 그동안 의학이나 영양 관련 분야에서 쌓아 온 모두 업적들, 특히 대부분 뇌ㆍ심혈관계 관련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중성지방 유해론은 사상누각이 된다. 필자가 살핀 바에 따르면 지방으로 살을 뺀다는 이론은 영양 및 대사에 출발점을 두고 내분비 의학이란 여정을 거쳐 동화작용(anabolism)이냐 이화(catabolism) 작용이냐의 문제로 마무리된다.

파고들수록 복잡한 문제지만 집중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지구상 모든 유기 생명체는 음식, 거창하게 말하면 유기물질을 에너지 형태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생화학적 능력을 지녀야 한다. 세포의 이런 과정을 고찰하는 것이 생체에너지론이다. 동화란 화학적 반응으로 일어난 대사 작용의 결과로 분자가 합성되는 것이다. 이화는 반대로 분자가 분해됨을 의미한다. 체내에 지방이 과잉 축적된 비만의 상태가 됐다면 이화작용보다 동화작용이 월등했던 탓이다.

3대 영양소라 칭하는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모두 동화나 이화에 동원될 수 있는 에너지들이다. 이 중 탄수화물은 단연코 에너지 공급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저장능력이 뛰어난 탄수화물은 우리가 섭취한 음식 중 일부를 에너지로 사용하고, 일부는 근육과 간에 다당류의 형태로 저장한다. 문제는 저장 후에도 남아도는 에너지인데 이때 우리 몸은 인슐린의 도움을 받아 잉여 에너지를 지방으로 전환한다.

하지만 단백질은 인체를 구성하는 구조 영양소의 역할은 크지만 탄수화물이나 지방과 달리 저장 영양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때문에 에너지원으로서의 비중은 많이 떨어진다. 결국 주축은 단백질을 제외한 2대 영양소인 탄수화물과 지방인데, 이 둘은 대부분 혼합물로 산화되는 특성이 있다. 이는 극단적으로 특정 에너지원을 줄여서 살을 빼는 게 쉽지 않음을 의미한다.

체지방 전환율이 높은 탄수화물 식이를 제한하자는 논리가 지방 식이로 감량을 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선 안 된다는 얘기다. 지방 역시 에너지 저장 측면에서 탄수화물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체중 균형을 유지한다는 것은 영양소(음식)의 섭취 수준이 포함되는 식이 패턴, 운동의 종류, 강도, 지속 시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총체적 문제다.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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