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사회」

우리 사회 좀먹은 냉소주의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매일같이 다른 사람과 비교 당한다. 상대보다 우월하지 못하면 열등하다는 취급을 받는다. 저자는 이런 열등감이 사회ㆍ정치 영역에서 다양한 냉소주의로 표출된다고 주장한다. 주요한 사안의 판단을 중지하는 태도, 손해 보지 않겠다는 효율성의 신화,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 등이 냉소주의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이 책은 우리의 일상과 정치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 현상을 냉소주의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렇다면 열등감은 어떻게 냉소주의로 전화轉化됐을까. 저자는 무한경쟁 체제의 부작용이라고 분석했다. 다수의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필연적으로 잘난 사람과 그만큼 잘나지 못한 사람이 나뉘게 마련이다. 하지만 무한경쟁시대에서는 이런 우열이 극단화됐고, 인터넷의 발달로 열등감이 일상화됐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풍문으로만 듣던 ‘엄친아’를 인터넷을 통해 수시로 마주하게 된 것이다. SNS가 자기과시의 장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 인터넷 세계에서는 특히 남의 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남과 비교되는 상황에서 나의 ‘열등하지 않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소비주의 형태로 발현된다. 저자는 효율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것도 냉소적인 세계관에 기반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1만원하는 물건을 바가지 써서 5만원에 산다면 그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등한 사람이 되고 만다.

그래서 소비자는 항상 ‘이 가격이 합당한지’ ‘내 행동이 효율적인지’를 의심하는데 이는 곧 ‘속지 않겠다’는 냉소적인 결의라는 거다. 물건을 살 때뿐만 아니라 모든 순간에 이런 경향이 작동한다. 투표를 할 때에도 일정한 노선이나 이념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후보를 찍는 것이 한 예다.

저자는 국민들이 정치에 가졌던 냉소주의가 오늘날 한국 사회를 총체적 난국에 빠뜨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정치 지향을 향한 냉소와 정치를 하나의 상품으로 소비하는 소비주의 탓에 진보정치가 외면 받았고, 보수정권이 집권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 냉소주의를 없애려면 냉소주의를 인정해야 한다.[사진=뉴시스]
박근혜 정권의 실패나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한다. 권력 자체가 냉소적 정치의식을 지녀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지 않고 정치적 리스크를 줄이는데 골몰했다는 거다. 해경 해체나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작위적인 연출이 권력의 냉소주의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지금 처한 현실을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열등의식, 냉소주의, 소비주의라는 세가지 차원에서 화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극복이 아닌 화해가 필요한 이유는 우리가 세 개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완전히 결별할 수 없어서다.

이 책은 열등의식을 없애려면 경쟁에서 지더라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냉소주의를 불식하려면 먼저 냉소주의를 인정해야 하고, 소비주의를 넘어서려면 소비자가 생산자의 존재를 생각하고, 스스로가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임을 자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가지 스토리 

「여행의 품격」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펴냄

사람은 땅에서 태어나 죽는다. 땅에는 살다간 이들의 흔적이 남아있고, 후대 사람들은 그곳을 여행한다. 25년간 여행기자로 일한 저자는 여행자라면 자신이 여행하는 땅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여행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문기행이라는 주제로 곰삭은 땅의 역사와 곱씹을 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인생의 발견」
시어도어 젤딘 지음 | 어크로스 펴냄

‘인류가 조금 더 현명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여든의 노학자이자 지성의 완숙기에 이른 저자가 인간의 영원한 화두에 다가선다. 그는 인류 역사 속에 나타났다 사라진 수많은 삶과 생각들을 검토하고 그 속에서 힌트를 얻고자 했다. 한 사람의 경험, 한 시대의 지식만으로는 인생의 의미를 이해할 수없어서다. 그 과정에서 얻은 28가지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대체 뭐하자는 인간이지 싶었다」
이랑 지음 | 달 펴냄

‘한 가지만 하라’는 소리를 자주 듣지만 그럴 수 없다는 저자. 그는 영화를 찍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린다.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과 세상에 던지는 끝없는 질문이다. 세상에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저자는 어떻게 스스로를 돌보며 살아가는가, 무엇을 해야 삶이 더 나아질까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이지원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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