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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값 오르는데 외식이 왜 줄지?AI 사태로 본 달걀의 나비효과
[222호] 2017년 01월 03일 (화) 08:40:56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 AI 늑장대응으로 수천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고, 산란계 달걀이 매몰됐다.[사진=뉴시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달걀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혹자는 50g밖에 안 나가는 달걀이 뭐그리 대수냐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작은 달걀 하나가 일으키는 ‘나비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양계업계, 제과업계를 넘어 외식업계, 내수시장에도 영향을 끼친다. AI 사태로 본 달걀 경제학을 살펴봤다.


두 딸을 둔 박은미씨는 요즘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골치가 다 아프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달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박씨 가족은 한달에 기본적으로 달걀 두판(60개)을 먹는다. 아이들이 워낙 좋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달걀을 먹다보니 달걀이 쑥쑥 들어간다. AI로 세상이 하도 떠들썩해 당분간 달걀 섭취를 줄여볼까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것쯤 전혀 상관없다는 듯 아침마다 “달걀프라이~” 노래를 한다. 그 덕에 이 난리통에도 발걸음은 동네마트로 향하고 있다.

박씨가 다니는 동네마트에선 AI가 발생하기 전까지 달걀 한판(30개)을 5000원에 팔았다. 가격이 올라봤자 5500원이 최대였다. 하지만 AI 발생 이후 하루하루 무섭게 오르던 달걀은 어느새 8000원을 훌쩍 넘겼다. 머잖아 1만원까지 오를 거란 뉴스가 박씨는 두렵기만 하다.

두 아이와 남편, 박씨까지 포함한 4인 가족이 한달 동안 쓰는 돈은 약 200만원이다. 그중 40만원이 식비다. 달걀 두판 사는데 필요한 돈은 1만6000원. 200만원 중 그게 얼마나 한다고 고민까지 하냐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박씨는 그렇지 않다. 달걀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다른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한판에 5000원하던 게 8000원으로 오르면 다른 데서 6000원을 줄여야 하고, 1만원으로 오르면 그만큼을 줄여야 한다. 한달 생활비에 맞춰 1000원, 2000원 단위로 장을 보는 박씨가 계산기를 두드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장보기에선 시금치(280gㆍ1506원)와 아이들 간식(과자ㆍ1200원)를 쇼핑카트에서 뺐다.

박씨를 비롯한 대부분의 소비자는 생필품의 가격이 오르면 여유가 있을 때 소비하던 것의 씀씀이를 줄인다. 외식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가 ‘배추’ ‘달걀’ ‘휴대전화료’ ‘외식’을 대표품목으로 선정해 12월 21~22일 주부 소비자패널 627명에게 “가격이 오를 때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품목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커피를 비롯한 ‘외식을 줄인다’는 대답이 약 76%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휴대전화 요금(13%), 배추(8.4%), 달걀(3%)이 뒤를 이었다.


장바구니 계산하는 서민들

박씨 가구처럼 달걀이 한 가구의 소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기준 전국 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지출은 약 372만2382원이었고, 그중 소비지출은 275만4000원이었다. 품목가중치(달걀 2.4)를 활용해 소비지출액을 추산하면 가구당 월평균 달걀 소비 금액은 6600원 수준이다. 전체 소비지출의 0.3%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농업관측본부의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달걀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조사에 응한 소비자들은 가격이 상승했을 때 가장 먼저 외식을 줄이는 반면 달걀은 가격 변동에 무관하게 소비를 한다고 답했다. 달걀이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식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소비를 줄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달걀 부족 사태가 개인, 한 가구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양계업계가 대표적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AI가 여러 번 발생했어도 이렇게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진 건 처음”이라며 “초상집 같은 지금도 문제지만 추후가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6개월 내에는 상황이 안정되기 어려울 거 같다는 게 그 이유다. “초동방역만 좀 빨리 이뤄졌어도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 달걀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대형마트에선 판매를 제한했다.[사진=뉴시스]
제과ㆍ제빵업체, 식품업계도 타격을 입을 게 불보듯 뻔하다. 당장 원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에 차질을 빚거나, 원재료 가격이 상승해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실제로 2016년 12월 23일 파리바게뜨는 달걀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달걀 소비가 많은 카스텔라 등 일부제품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대형마트에선 1인당 구매수량을 1판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12월 15일 농협하나로마트가 물꼬를 텄고, 20일엔 롯데마트, 22일엔 이마트가 뒤를 따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AI 영향으로 평균 대비 물량이 절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외식업계에도 한파寒波가 몰아칠 수 있다. 회식이 많은 시즌이지만 닭ㆍ오리전문 외식업계는 죽을 맛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오리요리전문점을 하고 있는 김은숙(가명)씨는 “AI가 발생할 때마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라곤 얼른 이 사태가 끝나길 기다리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이번에도 골든타임 놓친 정부

작은 달걀 하나에서 파생되는 경제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AI가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늘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다. ‘늑장대응’ 탓이다. 뒤늦게 이런저런 대책을 쏟아냈지만 양계농가는 물론 민생이 입은 피해는 막대하고, 또 얼마나 많은 피해를 감내해야 할지 알 수 없다. AI와 달걀, 우습게 봤다가 또 큰코다쳤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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