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 | 20대 싱글남의 재무설계

결혼을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포기하는 젊은층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임금이 적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젊은층에게 결혼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철저하게 자산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강태호(가명ㆍ27)씨의 사례를 살펴봤다.

▲ 지난해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 수준은 대기업 정규직의 49.7%에 불과했다.[사진=아이클릭아트]

11월 청년실업률 8.2%. 11월 기록으로는 1999년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경기침체에 구조조정 칼바람까지 불면서 기업이 신규채용을 꺼리고 있어서다. 운 좋게 취업에 성공해도 어려운건 마찬가지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취업하지 않는 이상 생활수준이 나아지긴 힘들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 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49.7%까지 떨어졌다. 이 비율이 50% 밑으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기업 정규직이 100만원을 벌 때 중소기업은 49만7000원을 버는 셈이다.

낮은 연봉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다. 그렇다고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재무설계를 통해 조금은 나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늘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강태호(가명ㆍ27)씨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 기술영업팀에서 일하고 있는 강씨의 월 소득은 160만원(실 수령액 기준)에 불과하다.

강씨 현재 원룸에서(보증금 1500만원) 살고 있다. 강씨의 재무적 고민 1순위는 결혼자금이다. 2년 후 대학교 때부터 사귀고 있는 애인과의 결혼을 꿈꾸고 있어서다. 하지만 현재 수입으로는 막막하기만 하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1년6개월밖에 되지 않아 모아둔 돈도 없다. 강씨의 가계부를 살펴보자.

우선 소비성지출로는 월세로 매월 50만원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관리비ㆍ세금 70만원, 통신ㆍ인터넷비 10만원 등을 지출한다. 강씨의 생활비는 63만원이다. 생활비는 식비(10만원)ㆍ교통비(8만원)ㆍ용돈(35만원ㆍ데이트비용 등)ㆍ비정기 지출(경조사ㆍ의류ㆍ기타 10만원)에 사용하고 있다. 강씨의 월소득 160만원에서 모든 지출을 제하고 남은 금액은 30만원. 강씨는 이 돈을 현재 은행 적금(자산 540만원)에 저축하고 있다.

사실 강씨의 경우 소득의 워낙 적어 2년 후 필요한 결혼자금을 충분히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축 규모를 늘려서 결혼시 발생할 부채규모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강씨의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월세(50만원)와 생활비(63만원)다. 두 항목에 관한 지출이 소득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이 부문을 조정해야 한다.
현재 강씨가 거주하고 있는 곳은 서울시 종로구 경북궁역 근처다. 하지만 직장은 영등포구에 있다. 강씨는 여자친구의 집과 가깝다는 이유로 높은 월세를 내면서 거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룸을 월세도 저렴하고 직장에서도 가까운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강씨가 새로 얻은 원룸은 직장에서 도보로 20분 거리, 월세 30만원(보증금 2000만원)으로 20만원을 아끼게 됐다. 부족한 보증금 500만원은 적금으로 모은 540만원으로 해결했다. 여기에 출퇴근에 사용하는 교통비(8만원)도 줄이게 됐다.

다음으로는 생활비 부문이다. 우선 통신비를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줄였다. 그리고 생활비 항목에서는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비용으로 사용되는 용돈 35만원을 25만원으로 줄였다. 이렇게 월세(20만원)ㆍ생활비(18만원)ㆍ통신비(2만원) 등이 줄어들면서 강씨의 월 잉여자금은 30만원에서 70만원으로 40만원이나 증가하게 됐다.

이제 잉여자금의 활용방법이다. 강씨는 제일 먼저 주택청약종합저축(월 2만원)에 가입하기로 했다. 금액을 2만원으로 정한 이유는 1년만 유지하면 1순위 조건이 되는 최소금액이기 때문이다. 물론 1순위가 된다고 해서 바로 청약에 당첨되는 건 아니지만 신혼부부ㆍ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행복주택에 활용할 수 있어 결혼을 준비하는 강씨에겐 반드시 필요한 상품이다.

30만원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 적금에 가입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이 아니라면 상호금융에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자소득에 일반세율(15.4%)이 아닌 농어촌특별세(1.4%)가 적용돼 세금혜택을 누릴 수 있어서다.

과도한 주거비 줄여야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사용할 목적의 적금(10만원)도 따로 가입했다.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상품도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엔 주의할 점이 있다. 특히 고수익 장기상품은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피하는 게 상책이다. 투자를 하더라도 여유자금의 30% 이내에서 운영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에 따라 강씨는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위험성이 비교적 낮은 적립식펀드(10만원)에 투자하기로 했다. 나머지 10만원은 비상금 통장(CMA)에 예금해 향후 비정기 지출을 충당할 계획이다. 잉여자금 중 8만원은 여유자금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강씨처럼 갑자기 소비패턴이 바뀔 경우 계획대로 지출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는 스트레스로 이어져 재무설계를 망칠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정금액의 여유자금을 두고 부족한 금액을 충당하는 게 바람직하다. 재무설계로 인한 지출 스트레스가 적어야 장기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강수현 한국경제교육원 선임연구원 blog.naver.com/gonygo3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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