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컵밥거리 가보니 …

▲ 수험생으로 북적거려야 할 점심시간에도 노량진‘컵밥거리’는 한산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노량진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공시생과 하루 12만명의 유동인구로 북적이는 곳이다. 그곳에 노량진의 명물인 ‘컵밥’ 가게가 있다. 지난해엔 ‘컵밥거리’라는 특화거리를 조성하면서 노점과 지역사회의 바람직한 상생의 모습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특화거리도 쪼그라드는 경기를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

2016년 12월 28일의 노량진. 지나가는 사람에게 연신 공무원 학원 전단지를 건네는 아주머니들, 그 사이를 바쁘게 지나가는 직장인, 트레이닝 바지에 패딩 점퍼를 입은 공시생들로 번잡했다. 그들을 따라 마냥 걸으면 노량진 고시촌의 중심지인 ‘삼거리’가 보이고, 조금만 더 걸음을 재촉하면 노량진의 명물인 ‘컵밥거리’가 나온다.

‘컵밥 거리’가 자리 잡은 만양로 입구부터 사육신 공원앞 육교까지 거리는 약 270m. 이곳에선 28곳의 노점이 장사를 하고 있다. 낮 12시 45분. 새벽부터 일어나 공부를 하는 공시생에겐 가장 배가고픈 시간. 하지만 그날 컵밥거리는 어찌된 영문인지 한산했다. 한창 점심 장사를 준비해야 할 시간이지만 문을 연 노점보다 닫은 곳이 훨씬 많았다. 문을 열었거나 열 준비를 하는 가게는 고작해야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간만에 찾아온 한파寒波가 컵밥거리를 얼린 탓이었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경기가 악화하면서 컵밥거리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컵밥거리의 유명세를 ‘불황’이 걷어차버린 셈이다. 이제 막 문을 열 채비를 하고 있던 컵밥 가게 사장은 “요즘은 장사가 잘되지 않아 오후에 문을 여는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거리가게는 정해진 휴무일이 없다. 장사가 잘되면 문을 열고 그렇지 않으면 문을 닫는다. 그나마 손님이 있는 컵밥 가게에 들렀다. 성인남자 4명이 서면 꽉 차는 가게의 선반엔 수십가지의 메뉴가 빽빽하게 적혀 있다. 가격은 대부분 3000원대, 가장 비싼 메뉴가 4500원이었다. 4000원짜리 컵밥을 주문하고 사장에게 이런 저런 말을 건네봤다.

2013년 컵밥가게를 시작했다는 그 사장의 입에선 하소연이 쏟아져 나왔다. “해가 지날수록 장사하기가 어려워져요. 지난해와 비교해도 매출이 크게 줄었죠.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로 달걀가격까지 부쩍 올라 장사하기도 힘들어요. 공시생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것도 원인이에요. 요즘은 학원비가 아까워 인터넷 강의를 듣는 공시생이 많다고 하더라구요.”

거리가게는 민생의 민낯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거리가게는 주로 상권이 형성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거리가게가 어려워진다는 건 그만큼 밑바닥 소비가 위축됐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거리가게가 요즘 위험하다.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노점 수는 2010년 9395개에서 2015년 8038개로 1357개 감소했다.

특히 2015년에만 600개 가까이 감소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자 노점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서울시의 ‘노점 없는 거리’ 정책으로 노점의 수가 많이 감소한 건 사실이지만 경기침체의 영향도 적지 않다”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거리가게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털어놨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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