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부동산 정책 성적표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관련 정책을 많이도 쏟아냈다. 관련 규제를 두고 수없이 풀었다 줄였다 반복해 왔다. 부동산 경기를 띄우기 위해 세제부터 금융, 재건축 등 전 분야에 걸쳐 규제를 풀며 부양책을 실시하다 최근에는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문제는 이 정책들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거다.

▲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불안이 해소되기는커녕 이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가중됐다.[사진=뉴시스]

‘강남부동산 불패 신화’에 균열이 가고 있다. 2016년 10월까지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강남4구 아파트값이 12월 2주 기준 7주 연속 동반 하락하고 있다. 강남4구가 일제히 하락한 것은 올해 3월 첫째주 이후 35주 만이다. 20대1을 웃돌던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래량도 반토막이 났다. 분양권 전매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11ㆍ3 부동산 대책의 여파다. 정책이 발표된 지 한달이 흐른 지금도 이 정책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은 부동산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정책에 따라 시장이 뜨겁게 불이 붙기도 하고 차갑게 식기도 해서다. 박근혜 정부는 4년간 이런 정책을 18개나 발표했다. 3~4개월에 한 번씩 부동산 정책을 쏟아낸 셈이다. 이많은 정책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은 ‘주택매매 활성화를 통한 부동산 경기부양’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기조를 이어 받는 데 머물지 않고 과감하고 전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는 2013년 4월 1일 처음 제시한 부동산 대책인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서 잘 드러난다. 1년간 미분양주택과 신규 분양은 물론 기존 주택에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도록 했고 일정 기준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할 때는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줬다. 공공분양주택을 연 7만 가구에서 2만 가구 이하로 축소해 공급량 조절에 나선 것도 이때다.

 
2년 차인 2014년에는 가장 파급력이 큰 대책이 나왔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선임되고 내놓은 ‘7ㆍ24 새 경제팀 경제정책 방향’이다. 그동안 주택담보대출의 걸림돌로 지적되던 LTV(주택담보인정비율)ㆍDTI(총부채상환비율)을 완화해 수도권ㆍ지방 상관없이 70% 일괄 적용했다. ‘9ㆍ1 서민주거안정 강화방안’을 통해선 재건축 연한을 완화했고 청약제도를 개편해 1순위가 손쉽게 되도록 했다.

그 결과, 2014년 연간 총 주택 매매거래량은 100만5173건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최대치를 보였다. 문제는 전세난이 나날이 가중됐다는 점. 이명박 정부 당시 초기 2년간 전셋값 상승률은 8.4%에 그쳤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19.3%나 증가했다.

LTVㆍDTI 규제 완화

2014년 12월에 통과된 ‘부동산 3법’은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폐지하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2017년까지 유예,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수를 3채까지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재건축 사업에 유리한 정책이다. 지난해부터 재건축 사업이 곳곳에서 속도를 냈던 이유다.

이렇듯 주택매매시장의 규제요인이 해소되면서 주택거래량은 2013년도 85만2000건, 2014년도 100만5000건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2014년 36만3000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3.5% 증가했다. 위축된 소비와 실물경제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경제도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한 채 부동산 시장에선 투기 세력이 몰려 정작 실수요자들이 집을 못 사는 부작용을 빚으면서다.

이런 부작용에도 정부는 2015년 같은 기조를 이었다. ‘1ㆍ13 중산층 주거혁신 방안’ ‘4ㆍ6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방안 마련’ ‘9ㆍ2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강화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정책은 ‘건설사들이 대규모로 신규 아파트를 공급하면 소비자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덕분에 2015년 한해에는 주택매매거래가 119만3691건에 이르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의 주택매매거래량은 전년 대비 32.4% 증가했으며, 특히 서울지역의 증가율은 49.5%에 이르렀다. 이와 함께 분양시장에도 꽃이 피면서 같은해 아파트 분양물량은 전년 대비 55.8% 증가한 51만6000가구로 5년간 승인 물량 평균치(27만4000가구)의 2배에 육박했다.

문제는 이 기간 전세시장이 혼란을 겪었다는 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정상화는 전ㆍ월세 안정 효과가 있다”고 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실제 주거비(월세ㆍ관리비)는 사상 처음으로 7만원을 넘었고, 서울 시내에는 전세 보증금이 주택 매매가격에 육박할 정도로 오른 곳까지 생겼다. 치솟는 전셋값을 피해 지난해 서울을 빠져나온 인구는 13만7256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대치였다.

 
더 큰 문제는 가계부채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1207조원)과 연간 증가분(121조7000억원)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이 회복돼야 한다”고 했지만 늘어난 가계부채에 소비심리가 위축돼 오히려 ‘소비절벽’ 상황으로 치달았다.

투기과열ㆍ집값 폭등의 부작용

올해 8월 정부 부처 합동으로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내놓은 이유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계부채 폭증을 막기에는 대책 강도가 턱없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공택지 물량을 감축하고 인허가를 까다롭게 해 주택 공급물량을 축소하는 게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11월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비슷한 효과를 보이는 ‘조정 대상지역’을 선정해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것이다.

조정 대상지역은 전매제한 기간을 강화하고 1순위 제한, 재당첨 제한 등 청약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 정책을 두고도 말이 많다. 분양가 상한제와 LTVㆍDTI 규제 강화가 빠진 ‘투기 유지’ 정책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미국의 금리인상, 주택 공급과잉 등 외부 리스크가 더해진 실수요자들은 여전히 혼란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2002cta@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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