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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읊으니 그림 되더라류경채 展
[222호] 2017년 01월 06일 (금) 12:52:51
김미란 기자 lamer@thescoop.co.kr

▲ ❶날 84-5, 1984, 캔버스에 유채, 130×97㎝ ❷비원 80-2, 1980, 캔버스에 유채, 162×130㎝ ❸계절 63-5, 1963, 캔버스에 유채, 116.5×91㎝ ❹축전 91-4, 1991, 캔버스에 유채, 134×134㎝
“좀처럼 개인전을 갖지 않으셨어요. 작품이 없어서만은 아니었죠. 의무적으로 작품을 수십점 진열한다는 일 자체가 그분에게는 부담으로 여겨졌던 것 같아요. 그림을 통한 경제적 관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으셨어요.”

유희영 작가는 26년 만에 회고전을 여는 스승을 이렇게 기억한다. 스승 본인도 “돈 받으려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한 끼 굶은 것이 편하다”고 했다. 자신의 그림을 살 사람도 없지만 팔 생각은 더더구나 없다는 거다.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완벽주의에서 오는 극도의 신중함을 기했던 스승은 2~3년에 한번씩 작품을 발표하는 다수의 작가들과 달리 생전 1983년, 1990년 두차례의 개인전만 열었을 뿐이다.

추상화가 고故 류경채 작가가 26년 만에 세번째 개인전을 연다. 1960년부터 1995년까지 35년간의 작품 중 회화 30점을 골랐다. 1990년 전시를 개최했던 현대화랑에 작품을 다시 건다.
류 작가는 1949년 제1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1957년에 결성된 창작미술협회에 참여, 한국 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김환기 화백과 함께 최초의 ‘서정주의 추상화가’로도 꼽힌다. 한국적 추상주의의 대표적인 화가인 류 작가는 1940~1950년대에는 자연주의적 화풍을 통해 서정성이 높은 작품을 선보였다. 1960년대부터는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반추상 작품을 주로 선보였다. 이후 1980년대부터 말년까지는 단순 명쾌한 기하학적 추상의 세계로 들어섰다.

김희영 국민대 교수는 이번 전시의 서문에서 “이번 회고전은 196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작가가 자율적인 미적 논리를 꾸준히 모색했던 궤적을 되돌아보면서 한국전쟁 이후 한국 추상화가 전개되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한국 추상미술은 갑자기 단색화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이런 한국 추상미술을 단순히 단색화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을 류 작가의 그림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림은 빛으로 형상화한 시이자 노래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주제를 마음속에서 시처럼 읊으면 이내 소리가 빛으로 떠오르고, 나는 그것을 화폭에 그린다. 빛의 소리를 직접 들려주기보다 하나의 울림처럼 들려주고 싶다. 그래서 하얀색으로 보일 듯 말 듯 가려봤다.”

“추상은 마음에 비치는 심상의 에센스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던 류 작가의 전시는 2월 5일까지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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