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기술수출계약의 거품

‘8조5136억원’. 2015년부터 최근까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계약 규모를 원화로 환산한 액수다. 하지만 그 기간 한미약품이 손에 쥔 돈은 계산상 8000여억원에 불과하다. 최근 한 제약업체와의 계약해지로 토해낸 위약금(약 2429억원)을 빼면 5830억원으로 줄어든다. 한미약품의 기술수출계약,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가 됐다.

침체된 주식시장에 수조원대의 기술수출계약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한미약품.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맺은 기술수출계약 일부가 잇따라 해지되면서다.

한미약품으로부터 내성표적 항암신약 기술을 인수한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9월 29일 한미약품에 기술을 반환했고, 8500억원 규모의 계약은 ‘없던 일’이 됐다. 12월 7일에는 지속형 당뇨치료제 기술을 가져간 얀센이 임상실험대상의 모집을 유예했다. 계약이 해지된 건 아니지만 1조원대의 계약이 위태롭다. 같은 달 28일엔 당뇨치료제 기술을 인수한 사노피도 총 3건의 계약 중 1건을 해지했다.

해지된 계약 규모는 1조원대다. 2400억원대의 계약금도 토해냈다.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2건의 계약해지로 한미약품의 2015년 이후 계약규모는 8조5000억원대에서 6조5000억원대로 2조원이나 빠졌다. 기술수출계약 규모만으로 기술의 가치를 가늠하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더구나 신약 개발이 완성단계까지 가려면 적어도 임상시험 후부터 30년은 걸린다. ‘한미약품이 샴페인을 지나치게 빨리 터트린 게 아니냐’는 뒤늦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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