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보고서 164개 전수조사해보니…

▲ 한미약품 주가가 떨어질 때도 증권사들은 매수를 외쳤다.[사진=뉴시스]
한미약품의 주가는 2016년 중반 이후 곤두박질쳤다.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기술수출계약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조금 낮추긴 했지만 ‘매수’를 외쳤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미약품의 주가가 널을 뛴 2015년 2월~현재 증권사 보고서를 전수조사했다.

“투자 참고용일 뿐이다.” 증권사 보고서가 엉망이라는 비판이 나올 때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해명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옳지도 않다. 증권사 보고서가 투자 참고용으로 의미가 있으려면 기업의 호재와 악재를 모두 고려해 때론 매수, 때론 매도를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 보고서는 참고용이라고 하기에도 부적절한 게 많다. 호재는 부풀리고, 악재는 감추면서 주가를 띄우려는 인상이 역력해서다. 한미약품을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들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더스쿠프(The SCOOP)는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사에 다중표적 항암신약 기술을 수출하면서 주가가 출렁인 2015년 2월 27일 이후부터 신약 기술 수출의 불확실성이 드러난 현재까지 나온 증권사 보고서 164개를 전수조사했다. 목표주가가 제시되지 않고 단순 의견만 개진한 경우, 보고서가 중복되는 경우는 일부 제외했다. [※참고 : 발간 후 삭제된 일부 보고서들도 제외했음]

결과는 예상대로다. 한미약품의 주가는 호재와 악재에 따라 널을 뛰었다. 2015년 초 10만원대에서 1년 사이 86만원대까지 뛰어오르더니, 또 1년 후엔 3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그런데 증권사 보고서의 목표주가는 더 크게 출렁였다. 호재만 있으면 목표주가는 실제 주가보다 수십만원씩 뻥튀기됐다. 그렇다고 악재가 수면 위로 떠오른 2016년 중반 이후 리스크를 거론한 보고서가 많았던 것도 아니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목표주가를 확 낮추긴 했지만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를 외쳤다.

익명을 원한 20년 경력의 현직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기관투자자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말을 이었다. “기관투자자들은 증권사의 최대 고객이다. 그들은 증권사 투자의견을 책임 면피용으로 사용한다. 만약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낸다면 기관도 매도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해당 기업은 돈줄이 마를 수밖에 없다. 그걸 막고자 매도를 외치지 못하고 목표주가는 낮추면서 매수를 외치는 거다. 결국 아무것도 모르는 개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기려는 것과 다름없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증권사 보고서, 참 문제가 많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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