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의 人sight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최진(57)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공직 선거 후보자의 공약보다 퍼스낼리티가 압도적으로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후보를 검증하려면 성장 과정과 핵심 참모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정치공학이 저문 시대엔 정치 심리가 중요하다는 그에게서 대선 사용법을 들어봤다.

▲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거니와 진정성 없는 말을 했고 툭툭 끊기는 단절음처럼 말했다”고 지적했다.[사진=천막사진관]
“정치공학 시대가 저물고 정치심리의 시대가 왔습니다. 지금은 정치인의 퍼스낼리티(인격)와 인간성 즉 됨됨이가 중요한 시대예요.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도 저는 대통령의 퍼스낼리티에 기인한다고 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오랜 세월 닫힌 삶을 살았는데 거기서 비롯된 폐쇄적 리더십이 이런 불행한 사태를 야기했어요.”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박 대통령은 아버지 박 대통령이 재임한 18년 ‘구중궁궐’에서 지냈고, 아버지 사후엔 18년간 은둔생활을 했는데 그래서 대인관계가 극히 제한적이었고 국정운영 스타일도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 박 대통령의 심리를 말할 때 최순실씨의 아버지 최태민의 존재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에 그에게 심리적으로 의존했고, 심리적 의존관계가 그 딸에게까지 이어진 거죠. 최순실씨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대통령은 다른 사람들과 멀어졌습니다. 돈과 정책을 최순실씨에게 의존한 것도 문제지만 심리적 의존이 가장 무섭습니다.”

✚ 사람에 대한 의존증이군요. 심리적 의존이 왜 무서운가요?
“의존하는 사람의 언행을 지배하기 때문이죠. 박 대통령의 경우 그의 국정 활동을 지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의존관계가 지속되면서 공생관계로 발전했다고 봅니다. 서로 돕고 서로 이용하는 관계였던 거 같아요.”

✚ 거칠게 이분법적으로 묻는다면 피의자 박근혜는 악당인가요? 아니면 멘탈에 문제가 있는 환자인가요?
“악당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굴절된 성장과정이 원인이 돼 정신적ㆍ심리적으로 문제가 있었고 최씨 부녀가 이를 악용했지만 대통령이 이를 통제하기는커녕 묵인, 방조한 거죠. 오히려 장밋빛 환상을 심어주고 사리사욕을 채운 최씨 부녀가 악당 같다고 할 수 있어요.”

✚ 올해 있을 조기 대선 때 후보들을 어떻게 검증해야 하나요?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가 대통령의 인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퍼스낼리티, 어린 시절 집안 환경 및 부모와의 관계, 학창시절 등 성장과정에서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봐야 합니다. 누구와 정치를 하는지 즉 핵심 참모와 최측근도 봐야 하는데 인사 정책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사실 이런 것들이 몸통이고 드러난 정치인으로서의 언행은 알프스 산맥의 고봉 융프라우처럼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화법과 말투도 봐야 합니다. 감성 시대의 메시지는 말이 중요해요.”

그는 박 대통령의 경우 부모의 갑작스러운 피살이 남긴 트라우마로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불신했고 폐쇄적인 대인관계로 인해 정실 인사를 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역시 후보자의 자질을 구성하는 요소예요. 당선 후 어떤 행태를 보일지 그 사람의 과거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거니와 진정성 없는 말을 했고 툭툭 끊기는 단절음처럼 말했습니다.”

✚ 이른바 ‘잠룡’ 중에 이재명 성남시장이 떴는데요?
“시원시원하고 국민의 감성에 쉽게 와닿는 말을 하는 게 장점이죠. 감성 정치 시대에 유리한 캐릭터예요. 반면 삶과 퍼스낼리티는 밝혀진 게 별로 없다고 봅니다. 국민들이 그의 단점도 알아야 합니다.”

✚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어떻게 보나요?
“아직 사람들이 제대로 모릅니다. 북한의 김정은 노동위원장과 맞짱 뜰 만한 배짱이 있는지,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같은 국가적 재난에 신속하게 대응할 위기관리 능력이 있는지 보여줄 기회가 없었습니다. 권력 의지도 미지수인데 대선 링에 오르면 알 수 있겠죠.”

✚ 안철수 의원의 권력 의지는 어떻게 보나요?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해졌습니다. 이제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국가 지도자로서의 믿음직스러움을 보여줘야죠.”

✚ 후보의 공약ㆍ정책과 퍼스낼리티의 비중을 각각 어떻게 보나요?
“좀 심하게 말해 3대 7? 정책과 공약은 뻥튀기가 심하고 검증도 쉽지 않습니다. 수도 이전, 4대 강 사업 등은 국민들이 정책적 타당성을 알기 어렵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렸어요. 저는 공약보다 후보의 인간성을 보자는 입장입니다.”

✚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는 어떻게 손봐야 하나요?
“황제에 가까운 절대 권력을 분산시키고 감시를 강화해야죠. 현재는 임기 전반부엔 아무도 대통령에게 제동을 못 겁니다. 대권 예비주자들이 모여 빨리 권력구조 등 개헌의 교집합을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감사원의 기능 일부를 국회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검찰총장을 여야 합의로 임명하고, 특별감찰관도 대통령이 임명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최 원장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 근무했다.

✚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presidency)’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을 대통령 개인의 참모조직으로 생각하고 청와대를 오래 떠나 있던 집쯤으로 여긴 거 같아요. 참모로 충성파만 기용하다 보니 비서실이 가부장적 시스템이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청와대는 국정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입니다.”

✚ 청와대가 삼성의 미래전략실 같은 컨트롤타워 노릇을 하려다 보니 내각을 배제하고 독주한 건 아닌가요? 개성공단 폐쇄 당시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통보만 받았습니다.
“대통령의 생각을 내리꽂는 게 아니라 부처 간 조정을 해야죠.”

▲ 최진 원장은 “탄핵은 시간 문제일 뿐 헌재는 탄핵을 인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박근혜 정부의 거버넌스에 무슨 문제가 있었다고 보나요?
“공직사회가 엎드려 눈만 굴리는 ‘복지안동’이었습니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너무 수직적이었기 때문이죠. 거의 90도에 가까웠고, 결국 장관들이 대통령만 바라보는 해바라기가 돼 버렸어요. 각도로 표현하면 45도 정도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대통령 비선 실세의 발호를 시스템적으로 막을 순 없었을까요?
“여론을 살피면서 보완장치를 마련했어야 합니다.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파동이 그럴 기회였는데 덮고 넘어가는 바람에 오늘의 사태를 맞은 거죠.”

✚ 헌재의 탄핵 심판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시간 문제일 뿐 탄핵을 인용할 거로 봅니다. 헌법 및 법률 위반이 명백하고 국민의 절대 다수가 원하기 때문이죠. 국민 참여 시대를 넘어서 국민 주도의 시대입니다. 법의 이름으로 민심을 거부하겠습니까?”

✚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행보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습니다. 권한대행의 역할이 뭐라고 보나요? 대통령이나 총리와는 어떻게 달라야 합니까?
“대통령이냐? 총리냐? 총리가 7할, 대통령이 3할입니다. 권한대행은 무늬만 대통령일 뿐 총리예요. 선출된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가 대통령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있습니까?”

✚ 대권 예비주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장점을 강화하고 싶겠지만, 대중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합니다.” 
이필재 더스쿠프 인터뷰 대기자 stolee@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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