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의 Clean Car Talk

▲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사진=뉴시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다. 장기 불황으로 국민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다. 글로벌 사회에는 보호무역 경계령이 울렸다. 우리에게 생소한 친환경차는 어느덧 산업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그렇다고 위기를 극복할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필자는 세가지 위기극복책을 제시한다.

지난해 자동차 시장은 다사다난했다. 국산차 시장은 각종 신차 출시에도 내수 위축으로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수입차 시장 역시 ‘디젤게이트’ 여파가 겹치며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런 분위기는 올해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2017년 세계 신차 시장 성장률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1.9%로 전망했다.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 8902만대 대비 200만대도 증가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내수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82만대가 팔린 내수시장은 특별한 호재가 없는 이상 올해 3.5% 후퇴한 176만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거시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자동차 시장이 ‘밝을 것’으로 점치긴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경기가 어려우면 사람들은 신차를 구입하지 않는다. 타던 차를 더 타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동차 소비’를 진작하겠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카드를 꺼내도 효과가 없다. 지갑에 돈이 없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2017년은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시기다. 그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해 왔다. 선거운동 기간 중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필요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주요 무역협약의 재협상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밝혀왔다. 수출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절망에만 빠져있을 수만은 없다. ‘고질병’으로 지적되던 문제들만 고쳐도 이런 위기는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의 컨트롤타워를 바로 세워야 한다. 보호무역주의의 확대, 뒤처진 친환경차 개발ㆍ보급, 만성화된 노사분규 문제 등 악재가 수없이 많아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의 컨트롤타워를 자임하는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이다. 하지만 이들 기관이 시너지효과를 내기는커녕 집단 이기주의에 매몰돼 있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스마트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자동차 산업을 아우르고 꿰뚫어볼 수 있는 통합부처가 필요한 이유다. 영국의 자동차산업청은 좋은 롤모델이다.

둘째, 친환경차 정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미세먼지 문제, 파리기후변화 협정 등 굵직한 이슈가 터지면서 국가간 친환경차 정책 공조가 빨라질 공산이 커서다. 독일은 2030년부터 가솔린과 디젤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는 신규 등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시장에선 디젤차의 판매량이 꺾였다.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빠르게 친환경차로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곳은 없다.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데, 이대로 흘러가다가는 시장 주도권을 뺏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를 더 깍듯하게 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교환과 환불을 두고 제대로 된 법체계도 갖추지 못한 나라다. 자동차 기업에 소비자는 ‘봉’이나 다름없다. 해결 방안으로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거론된다. 지나치게 큰 부담이라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고치려는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할 때다.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다.

이런 인식이 없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는 언제든 자동차 산업을 외면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다. 산업에 속한 모든 이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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