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 최장 9일 황금연휴 검토

▲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내수가 진작돼도 이는 미래소비를 앞당겨쓴 결과일 뿐이다. 소비진작의 왕도는 중산층 복원과 일자리 창출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고용노동부가 5월 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최장 9일 연휴를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가 거둬들였다. 이기권 고용부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나 “내수 활성화를 위해 노동절(5월 1일), 석가탄신일(3일), 어린이날(5일) 등 휴일이 모여 있는 5월 첫째주에 최장 9일의 황금연휴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낀 2일과 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 4월 29일 토요일부터 5월 7일 일요일까지 연휴가 가능해서다.

이를 두고 “못 쉬는 데가 많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해외로 나갈 것”이라는 등 반대 여론이 일자 고용부는 “노사간 대화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사안이지, 정부 차원의 임시공휴일 지정 검토가 있었거나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섰다.

임시공휴일은 행정자치부 등 관련 부처가 요청하면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지정할 수 있다. 이기권 장관이 이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5월 5일 어린이날과 주말인 7~8일 사이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고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주요 관광지 무료 개방, 가족 여행객 철도운임 할인 등을 시행한 결과 내수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서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근로시간과 직결된 예민한 문제다. 본디 근로시간 단축이나 휴일을 늘리자는 주장은 노동계 몫이고 재계는 반대해왔다. 2013년 국회에서 대체휴일 지정 문제를 논의할 때 재계는 노동생산성이 떨어지고 기업의 휴일근로수당 부담이 늘어나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했고 정부도 이를 거들었다.

그런데 지난해엔 재계 대표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임시공휴일 지정을 제안했고 정부가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올해는 정부가 먼저 검토 의사를 내비친 모양새다. 어쨌든 쉬는 날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일하는 대신 여기저기 돌아다닐 테니 소비진작 효과는 나타날 게다. 문제는 대다수 근로자의 지갑이 비어 있다는 점이다. “빚 내 집 사라”는 최경환 경제팀 말을 믿고 대출 받아 집을 사는 바람에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번에는 ‘빚 내 놀러가라’는 말인가. 계란 하나에 300원을 넘어서는 등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는 판에 대다수 서민들은 놀러다닐 여유가 없다. 5월 초 반짝 소비가 일어나도 결국 미래소비를 앞당겨 쓰는 착시효과요, 곧바로 소비절벽이 닥칠 게다.

임시공휴일에 못 쉬는 계층이 많다는 점도 문제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자영업 종사자들일수록 그림의 떡이다. 최장 9일 연휴로 만들면 정작 돈을 쓸 만한 여유가 있는 이들은 대거 해외로 나갈 게다. 실제로 지난해 5월 6일 임시공휴일을 포함한 나흘간의 황금연휴 기간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두배 높았다. 노동부장관 발언을 전한 언론 보도에 “결국 공무원만 제일 좋겠네요”란 댓글이 달린 이유다.

임시공휴일 지정은 정부수립 이후 58번 있었지만 국가장葬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네번에 그쳤다. 서울올림픽 개막일(1988년 9월 17일), 한일 월드컵축구 4강 자축일(2002년 7월 1일), 광복 70주년(2015년 8월 14일)과 지난해 5월 6일이다. 앞선 세번의 임시공휴일은 나름 역사적 의미가 있었던 반면 지난해 5월 6일은 명분이 약했다. 다시 내수 활성화를 명분으로, 그것도 이틀이나 지정하기 이전에 황금연휴라는 이벤트성 정책의 효과부터 냉정하게 분석하라.

지난해엔 4월말 급히 임시공휴일을 지정했고 나흘 연휴였던 데 비해 올해는 9일 연휴로 장기간인데다 조기 지정할 경우 해외여행 쏠림 현상이 더 심해져 내수의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빠져나갈 게다. 자칫 그들만의 잔치로 내수진작 효과는 미미한 채 임시공휴일에 쉬지 못하는 취약계층의 소외감만 키울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임시공휴일 지정이 빈번한 점도 결코 내세울 게 못 된다. 2015년 임시공휴일 지정 명분도 겉으론 광복 7 0주년이었지만, 내심 내수진작 효과를 기대해서였다. 그만큼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적표가 초라하다는 방증이다. 오죽하면 그런 정책을 쓸까마는 소비 진작의 왕도는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층을 내수시장에 진입시키는 것이다. 경제가 불황 속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닫기 이전에 소득 취약계층에게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아울러 기본소득 도입, 아동수당 지급 방안 등도 중장기 과제로 고려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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