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신경써야 할 트럼프 변수

▲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기업, 해외기업 할 것 없이 미국 내에 투자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빠르고 거친 행보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 입에 담았던 이야기를 허언으로 들어선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민감하게 됐다. 트럼프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재협상론, 대對중국 강경발언 모두 한국경제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더이상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는 일은 없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보호무역주의 신호탄을 날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미국 중서부 지역에 새로 공장을 짓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올해 초부터 서서히 강경노선을 밟았다. “멕시코를 거쳐 들어오는 제품에 세금폭탄을 매기겠다”면서 선전포고까지 했다. 지난 3일 제너럴모터스(GM)를 압박한 데 이어 멕시코에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포드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문제는 트럼프의 무차별 난사가 자국기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5일 트럼프 당선인은 트위터에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막대한 국경세를 내야 할 것”이라면서 일본 완성차업체 도요타를 겨냥한 글을 올렸다. 트럼프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다른 표현으로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해외로 뻗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주목할 건 트럼프의 말이 ‘메아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멕시코지역 공장 신설을 포기하거나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포드는 멕시코에 지으려던 공장을 미국 미시간주에 짓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트럼프의 압박에도 당초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며 꿈쩍않던 도요타는 “미국에 5년간 100억 달러(약 11조8400억원)를 투자하겠다”면서 4일 만에 꼬리를 내렸다.
 
독일 완성차업체 다임러와 이탈리아 완성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프랑스 패션업체 LVMH,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일본 통신업체 소프트뱅크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 내 투자계획을 줄줄이 밝히고 있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파급효과가 생각보다 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공장은 미국에 지어라”

이런 흐름은 기존 예상을 뒤엎는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에도 그의 말은 ‘허언虛言’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더라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의 말에 예상보다 빨리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걸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현실로 나타날 거란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당장 큰 변화가 생기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트럼프의 성향을 살펴봤을 때 1년 안에는 보호무역주의가 어느 정도 수준까진 다다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FTA 재협상도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면서 “특히 NAFTA는 재협상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를 신경 쓰게 만들 ‘트럼프 변수’는 뭘까. 첫째는 한미 FTA가 재협상 테이블에 오르느냐다. 만약 한미 FTA가 재협상되거나 폐기된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수출량은 2015년 기준 연간 82조5834억원으로 무역거래국가 중 두번째로 많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47%(한국은행ㆍ2015년 기준)에 이르는 우리나라로선 미국과의 무역에 차질이 생기면 국가경제 전체가 휘청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한미 FTA가 재협상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문 연구위원은 “한미 FTA는 재협상 테이블에 오르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변수는 NAFTA의 재협상이다. 우리나라의 직접적 이슈는 아니지만 미국 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 ‘멕시코’가 껴있다는 점이 불편하다. 멕시코를 적략적으로 활용하면 물류비와 인건비뿐만 아니라 관세 부담까지 덜 수 있어서다. 하지만 NAFTA가 폐기되고 관세장벽이 다시 세워지면 멕시코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 공장은 무용지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제품에 매기겠다고 선언한 국경세는 35%”라면서 “멕시코 내 우리나라 기업 공장에서 생산되는 생산품의 마진율이 약 6%(가전업체)인 것을 감안하면 3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건 공장 문을 닫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정부 곳곳에 反中인사

셋째 변수는 ‘중국’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메이드 인 차이나’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산産 제품에 매기겠다는 관세율은 무려 45%에 달한다. 문종철 연구위원은 “멕시코보다 중국에 세워질 무역장벽이 더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 트럼프가 멕시코발 제품에 관세를 매긴다면 멕시코 내 공장들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사진=뉴시스]
“트럼프 정부의 무역대표부 대표로 지명된 로버트 라이시저와 국가무역위원회장 피터 나바로는 대표적인 반중反中 인사들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이들은 현재 중국을 어떻게 잡을지 벼르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 있는 우리나라 기업 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들도 관세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엔 수많은 업종의 공장이 들어가 있어 문제는 심각하다.”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많은 이들이 “설마”라면서 의문을 표했지만 트럼프는 보호무역을 확대하고 있다. NAFTA, FTA, 중국강경노선 등 변수를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트럼프의 말, 더이상 허언으로 들을 수 없는 타이밍이 왔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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