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OEM업체 ‘시련의 계절’

▲ 미국 유통업체의 줄폐점은 국내 의류OEM업계에 악재로 작용한다.[사진=뉴시스]
최근 미국의 4대 백화점 중 하나인 메이시스가 “올해 1분기 안에 63개 매장을 폐점하고 1만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먼 나라 미국의 백화점 얘기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국내 OEM(주문자위탁생산)업체의 실적이 거기에 달렸기 때문이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의 기침에 예민해진 국내 OEM업계를 살펴봤다.

미국의 최대 백화점 체인인 메이시스는 지난해 8월 “2017년까지 미국 내 728개 점포 중 100여개 매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매장의 15%에 이르는 규모였다. 오프라인 매장의 부진 탓에 당초 40여개의 매장만 폐점할 계획이던 메이시스는 구조조정 폭을 확대했다. 메이시스의 실적과 주가가 시장의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기 때문이다. 실적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띠었고, 2015년 7월 72.3달러(약 8만6500원)로 최고치를 찍었던 주가 역시 1년 만에 34.7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뼈를 깎아내는 구조조정은 메이시스뿐만이 아니다. 대형슈퍼마켓 체인인 월마트, 시어스, 케이마트의 사정도 비슷하다. 월마트는 지난해 1월 “연말까지 전세계 매장 중 269개(미국 내 점포 154개)를 폐점하겠다”고 밝힌 후 다수 매장을 폐점했고, 시어스는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120개 매장을 폐점할 거라고 발표했다. 케이마트도 올해 안에 182개 점포의 문을 닫는다는 계획이다. 랄프로렌, 갭, 아메리칸 이글 등 다수의 의류브랜드들도 줄줄이 폐점 계획을 알렸다.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던 미국의 소비심리가 지난해 연말부터 차츰 회복되고 있는 추세지만 오프라인 유통채널만은 예외다. 실적이 회복되려면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문제는 이런 좋지 않은 흐름이 국내 의류OEM(주문자위탁생산)업계에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고객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니 오더가 줄고, 오더가 감소하니 물건을 배에 싣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미국의 소비심리 악화로 최악의 3분기를 보낸 OEM업체들이 아직 발표 전인 4분기 실적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국내 대표 의류OEM업체인 한세실업과 영원무역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4분기 한세실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577억원(전년 대비 13.5%)과 232억원(-40.5%)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OEM사업부의 오더 증가율이 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선적 지연으로 이보다 낮은 -4%에 그쳤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영원무역의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지 않다. OEM 오더에서 역성장한 한세실업보다는 나은 2%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수익성이 악화되긴 마찬가지일 거라는 분석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의류OEM산업이 올 하반기부터는 회복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대형 유통채널의 구조조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오더 선적 역시 지연되고 있다. 수주가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지나친 기대는 되레 실망만 안겨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인내심을 갖고 회복세를 기다려야 할 때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